[수도권]36년간 기쁨주고 떠난 코끼리아저씨… 어린이대공원 ‘태산이’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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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 스트레스로 심장마비… 2009년 ‘돌팔매’ 수사 받기도

36년 동안 서울어린이대공원 개장 터줏대감으로 꼬마관객을 맞이했던 국내 최대 자이언트 코끼리 ‘태산이’(사진)가 하늘나라로 떠났다. 어린이대공원은 태산이가 13일 심장마비로 쓰러져 숨을 거뒀다고 25일 밝혔다. 태산이는 생후 1년 때인 1975년 어린이대공원에 들어왔다. 이국땅이었지만 함께 온 1년 연상 암컷 ‘태순이’가 있어 외롭지 않았다. 이들은 이내 부부가 됐고 1995년 아들 ‘코코’도 태어났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다음 해 태순이가 부자를 남겨두고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버렸다. 한동안 먹지도 않던 태산이는 코코를 보며 마음을 다잡았고, 1990년대 말부터 이 부자는 어린이대공원의 최고 스타가 됐다. 그러나 이 행복도 그리 길지 않았다. 2002년 코코가 질병으로 엄마 곁으로 가버린 것.

가족을 모두 떠나보내고 홀로 된 태산이의 몸은 급격히 쇠약해졌다. 사육사들이 원기회복을 위해 영양제와 스태미나식을 공급해 왔지만 신통치 않았다. 그 와중에 2009년에는 태산이가 관람객에게 돌을 던졌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 조사를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태산이는 그렇게 37년의 생을 마감했다. 어린이대공원 관계자는 “코끼리 수명이 약 50세인데 오랜 독신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로 태산이의 수명이 단축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공원 측은 개장 직후부터 동물원을 지켜온 태산이를 예우하는 차원에서 묘지를 조성해주었고 이날 오후 위령제를 열고 넋을 위로했다.

노인호 기자 in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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