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위해 2억 軍 기부한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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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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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간 유선이가 생전 자랑스러워했던 부대를 위해서라면…”

군 복무 시절의 고 황유선 씨. 황 씨는 제대한 뒤에도 매년 한두 차례 부대를 찾아 후배들에게 라면을 전할 정도로 자신이 근무한 부대에 애착을 보였다. 그의 이름을 따 건립된 체육관 입구에는 환하게 웃는 황 씨의 얼굴 사진이 새겨진 기념비가 세워졌다. 국방부 제공
군 복무 시절의 고 황유선 씨. 황 씨는 제대한 뒤에도 매년 한두 차례 부대를 찾아 후배들에게 라면을 전할 정도로 자신이 근무한 부대에 애착을 보였다. 그의 이름을 따 건립된 체육관 입구에는 환하게 웃는 황 씨의 얼굴 사진이 새겨진 기념비가 세워졌다. 국방부 제공

한 어머니가 숨진 아들이 생전 복무했던 군부대에 체육관을 지으라며 사재 2억 원을 쾌척했다. 육군 27사단은 지난달 30일 예하부대에서 병장으로 전역한 고 황유선 씨(24)의 이름을 딴 다목적 실내체육관 ‘유선관’의 준공식을 열었다. 육군 병장의 이름을 딴 체육관은 창군 이래 처음이다.

황 씨는 세명대 전자상거래학과 1학년을 마치고 2006년 3월 입대해 2년간 27사단에서 근무했다. 황 씨는 전역한 뒤에도 매년 한두 차례 라면을 사들고 부대를 찾아와 후배들을 격려할 정도로 전역한 부대에 애착을 보였다. 그러나 평소 지병을 앓던 황 씨는 지난해 11월 갑작스럽게 숨졌다.

황 씨의 어머니 전숙자 씨(63)는 3월 우연히 27사단이 체육관 건립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전 씨는 “아들이 생전에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부대를 돕고 싶다. 실내체육관은 아들 같은 장병들이 궂은 날씨에도 체력을 단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2억 원을 부대에 내놓았다고 한다.

유선관은 사단 대연병장 오른쪽에 폭 23m, 길이 44m, 높이 10m, 총 면적 924m²(약 280평)의 크기로 문을 열었다. 예산은 3억 원 이상 투입됐다. 체육관 내부에는 배드민턴장 3개, 테니스장 1개, 농구장 1개 등이 갖춰졌다. 체육관 입구에는 부대 마크와 함께 환하게 웃는 황 씨 사진이 새겨진 기념비가 놓였다.

전 씨는 유선관 준공식장에서 “아들이 군에 가기 전에는 내 아들이었는데 입대한 뒤에는 완전히 군의 아들이 됐다”며 “이제 영원히 아들을 군에 보냈고 내 마음도 편안해졌다. 앞으로도 미력이나마 부대에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고 사단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전 씨가 언론과의 인터뷰는 하지 않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황 씨의 아버지는 퇴직 공무원, 어머니 전 씨는 간호사 출신이다. 수억 원을 쉽게 기부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넉넉한 형편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전인범 27사단장(육군 소장)은 “장병들이 체육관에서 운동을 할 때마다 군 선배인 황 씨를 기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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