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청목회 의원’ 항소포기… 검경 수사권 눈치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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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로부터 불법 후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돼 1심에서 선고유예 판결 등을 받은 여야 국회의원 5명에 대해 이례적으로 항소를 포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징역형을 구형했던 검찰이 무죄나 다름없는 판결이 나왔는데도 항소를 포기한 것은 정치권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 아니냐”는 비난도 나온다. 검찰은 선고 당시에도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유보적인 견해를 보여 “항소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13일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서울북부지검은 1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은 민주당 최규식 의원에 대해서만 12일 항소했다.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한나라당 권경석 조진형 유정현 의원,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과 벌금 90만 원 형을 받은 민주당 강기정 의원에 대한 항소는 포기했다. 이들이 1심 선고를 받은 날은 5일로 피고인이든, 검찰이든 12일이 항소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최 의원을 제외한 5명도 항소하지 않아 이들은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최 의원은 대법원에서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의원직을 잃게 된다.

서울북부지검 관계자는 “최 의원을 제외한 5명의 의원은 1심 재판부가 ‘수수된 자금이 청목회에서 나온 돈이며 입법 활동과 관련한 청탁을 위해 건넨 것’ 등 검찰이 핵심 혐의로 제시했던 부분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법원이 선고유예 판결을 내려 항소하더라도 인용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대검과도 협의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건에 따라 항소 여부가 나뉘는 것이지 선고 유예나 무죄라고 검찰이 무조건 항소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법원이 최 의원이 청목회 간부에게서 황금 열쇠를 받은 것을 무죄로 본 것에 대해서는 다시 판결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항소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의원들에게 8개월∼2년의 징역형을 구형했던 검찰이 무죄나 마찬가지인 선고유예 판결을 받고도 항소하지 않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한 변호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국회의원에게 당선무효 이하의 형이 선고되면 검찰이 선고 형량을 높이기 위해 항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검찰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국민의 눈에는 불법 정치자금을 단죄하겠다는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청원경찰의 처우개선 문제와 관련된 청목회 사건이 기업의 거액 불법 정치자금 전달 사건보다는 가벌성이 작은 것은 맞지만 불법 정치자금을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는 국민의 기대를 고려했다면 항소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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