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 퇴임 “신뢰 받는 사법부 아직은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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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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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안하면 국민 외면당할 것”

이용훈 대법원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후배 법관들의 배웅을 받으면서 승용차에 오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용훈 대법원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후배 법관들의 배웅을 받으면서 승용차에 오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용훈 대법원장이 6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법복을 벗었다. 2005년 9월 26일 14대 대법원장에 취임한 이 대법원장의 임기는 24일 밤 12시에 끝난다. 이 대법원장은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최근 6년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사법부를 만들기 위한 진통의 시간”이라며 “국민을 섬기는 법원으로 거듭나는 것만이 신뢰를 얻을 유일한 길이라는 믿음 아래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는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고 자평했다.

이 대법원장은 “사법부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변화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국민에게 외면당할 수 있다”며 “법원의 신뢰 회복을 위해 사법부의 독립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법원장은 “민주화를 제대로 이뤘다고 하지만 아직도 사법부의 독립을 위협하는 요소는 도처에 산재해 있다”며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내는 것은 법관 개개인의 용기와 직업적 양심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고 후배 법관에게 당부했다.

또 이 대법원장은 “법관은 개인과 사회의 미래를 창조하는 새로운 역할에 눈을 돌려야 한다”며 “사법부는 억울함을 어디에도 호소할 데 없는 이들이 기댈 수 있는 편안한 언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일선 법원과 법원행정처 소속 법관과 직원 200여 명은 대법원 현관부터 정문까지 100m 남짓한 길에 줄을 서서 이 대법원장을 배웅했다. 이 대법원장은 이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한 뒤 꽃다발을 높이 들고 환하게 웃었다.

이 대법원장은 전남 보성 출신으로 광주제일고, 서울대 법대를 나와 고등고시 사법과(15회)에 합격했다. 1968년 대전지법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으며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고법 부장, 서울지법 서부지원장, 법원행정처 차장을 거쳐 1994년 7월 대법관에 임명됐다. 2005년 대법원장에 취임한 그는 재임 기간에 공판중심주의와 불구속재판 원칙을 강조해 검찰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동아일보가 그의 재임 기간 전원합의체 판결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100% 다수의견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나 법적 안정성과 사회적 화합을 중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본보 23일자 A1면 전원합의체 판결 95건 전수분석
4면 눈길 끌었던 ‘진보 5인방’ 소수의견
4면 의견 갈린 쟁점 81건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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