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마트폰이 나도 몰래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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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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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꼼짝마 앱’ 논란문자 수신하면 보낸 사람에게 자동으로 전화걸게 하는 기능… 도청 악용-사생활 침해 우려

‘꼼짝마(애인 감시 자동전화)’라는 앱은 상대방의 휴대전화에 문자를 보내면 자동으로 문자를 보낸 사람에게 전화를 걸도록 만든다(왼쪽). 오른쪽은 ‘꼼짝마’ 앱을 누르면 나오는 초기 화면으로 ‘@call:비밀번호 4자리 숫자’를 누르면 전화가 걸린다는 사용법이 나와 있다. 꼼짝마 앱 화면 캡처
‘꼼짝마(애인 감시 자동전화)’라는 앱은 상대방의 휴대전화에 문자를 보내면 자동으로 문자를 보낸 사람에게 전화를 걸도록 만든다(왼쪽). 오른쪽은 ‘꼼짝마’ 앱을 누르면 나오는 초기 화면으로 ‘@call:비밀번호 4자리 숫자’를 누르면 전화가 걸린다는 사용법이 나와 있다. 꼼짝마 앱 화면 캡처
‘@call:0000’.

기자는 A 씨 스마트폰으로 10자로 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 스마트폰에 ‘띠링∼’ 하는 문자메시지 안내음과 함께 문자메시지가 떴다. A 씨가 문자메시지를 확인하자 바로 기자에게 자동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꼼짝마(애인 감시 자동전화)’라는 이름의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벌어진 일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이 앱이 사생활 침해와 함께 도청에도 쓰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 실제로 내려받아 시연해 봤다.

이 앱은 LG유플러스의 ‘오즈스토어’라는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스마트폰용 앱이다. 원래 가격은 1000원이지만 이날 기자가 사용하기 위해 오즈스토어에 접속하니 600원 할인한 400원에 팔고 있었다.

이 앱은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이 최근 국내 통신사 앱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앱의 개인정보 수집 현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오즈스토어에서 이 앱은 21일 현재 700건 가까이 다운로드됐다. 이 앱은 이름 그대로 전화를 받지 않는 애인의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보내 강제로 전화를 걸도록 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오즈스토어의 안내에는 ‘몰래 설치하는 게 좋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문제가 없지만 스마트폰 사용이 서툰 사람의 전화기에 설치되면 도청용으로 쓰일 수도 있다.

이 의원은 “이 앱은 SK텔레콤의 ‘T스토어’에서는 등록이 거절됐는데 LG유플러스는 판매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통신사마다 서로 다른 앱 심의 체계를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도 스마트폰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한 ‘애인감시 애플리케이션’이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 일본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메뉴스크립트’는 안드로이드폰 전용 앱 ‘가레로그’라는 프로그램을 지난달 30일부터 팔기 시작했다. 일본어로 남자애인을 의미하는 ‘가레’와 위치정보를 뜻하는 ‘로그’의 합성어다.

가레로그의 위치추적 기능은 정교하고 다양하다. 월 525엔(약 7875원)을 내고 정회원이 된 뒤 추적하려는 상대의 전화기에 앱을 내려받아 놓으면 상대의 위치 정보는 물론이고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다. 월 1980엔짜리 플래티넘 회원은 추적 상대의 통화 목록과 통화 일시, 스마트폰에 깔려 있는 앱까지 훤하게 볼 수 있다.

가레로그는 서비스 개시 1주일도 안 돼 1만여 건이 다운로드됐다. 하지만 비난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이 앱은 용량이 가벼워 내려받기와 설치가 간단한 데다 아이콘도 눈에 잘 띄지 않게 만들어졌다. 스마트폰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앱을 내려받으면 당사자는 자신이 추적을 당하는지도 모를 수 있다.

결국 이 회사는 서비스 시작 일주일 만에 “깊이 반성한다”며 플래티넘 서비스를 중단했다. 또 앱의 아이콘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바꾸고, 앱을 내려받으면 추적당하는 당사자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도록 했다. 이름도 가레로그에서 ‘랜아이시엔로그(연애지원위치정보)’로 바꿨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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