郭 없는 서울교육청, 이참에 확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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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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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노현 기소 앞두고 ‘권한대행 체제’ 촉각

임승빈 부교육감
임승빈 부교육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다음 주에 기소되면 서울시교육청은 곽노현호(號)를 유지할까, 노선을 틀게 될까. 법대로라면 임승빈 부교육감의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지만 교육과학기술부가 새로운 부교육감을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곽 교육감은 기소 전까지는 사퇴하지 않고 옥중결재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조신 시교육청 공보담당관은 14일 “검찰이 추석 때는 가족과 변호인 외 접견을 금지하더니 결재 받으러 올 사람을 1명으로 제한해 업무보고가 어려웠다”며 “서울구치소와 협의해 15일부터 별도 장소에서 공무상 접견을 1주일에 2차례 정도, 30분가량씩 허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곽 교육감이 옥중결재를 한다 해도 이전처럼 업무를 두루 살피기는 어렵다. 지방자치법상 권한대행 체제는 기소된 시점부터 인정하지만 기소 전이라도 시교육청은 사실상 임 부교육감이 이끌 것으로 보인다. 임 부교육감은 이날 오전 곽 교육감을 대신해 처음으로 실국장, 산하기관장, 교육장과의 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교육감 부재 중 교육현장과 교육정책에 흔들림이 없도록 안정을 챙겨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1월 임명된 임 부교육감은 곽 교육감과 별다른 충돌을 빚지 않은 유연한 인물로 평가된다. 임명 때도 곽 교육감을 공개 지지했던 한완상 전 교육부총리의 비서실장과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의전비서관을 맡았던 인연이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성희 전 부교육감(현 교과부 기획조정실장)이 회의에서 무상급식 확대 등 곽 교육감의 주요 정책에 언성까지 높이며 직언을 하던 것에 비하면 견제 기능이 약했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이 장학관 등 교육전문직이 맡아왔던 교육연구정보원장과 교육연수원장에게 개방형 공모를 추진할 때도 인사위원장이던 임 부교육감은 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교육청은 개방형 직위를 소속 장관이 지정할 수 있도록 돼 있는 대통령령을 어기고 교과부와 협의하지 않은 채 공모로 곽 교육감 측근을 선발했다.

▶본보 9월 2일자 A3면 서울교육연수원장-연구정보원장 인사 논란

이 때문에 시교육청 내부에서는 “비서실장 공보담당관 감사담당관 등 교육감 측근들이 임 부교육감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곽 교육감의 핵심 업무를 무리 없이 추진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권한대행 체제가 예고되면서 임 부교육감도 마음고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시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 초안을 발표한 다음 날(8일) 설동근 교과부 제1차관이 임 부교육감에게 “교육감이 어려운 상황에서 신중히 검토해 달라”고 주문한 뒤부터다. 교과부 내에서는 “임 부교육감이 교육감이 없는 교육청을 이끌 만한 강한 리더십은 부족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강한 부교육감이 임명돼 곽 교육감의 최측근인 비서실까지 휘어잡으면 교육청을 확실히 바꿀 수 있다고도 본다. 곽 교육감의 선거를 돕다 교육청 비서실에 7급 상당 계약직 공무원으로 온 6명은 각 과에 직접 지시를 내리는 등 권한을 벗어나는 일도 해 논란이 돼 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달 12일 곽 교육감이 재계약(1년)을 완료해 취소하기는 어렵지만 비서실이 아닌 다른 업무 담당으로 바꿀 수는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눈엣가시였던 서울시교육청을 곽 교육감 구속 이후 바로 통제하려 한다는 비판을 의식해서다. 교과부 관계자는 “아직 기소가 확정된 게 아니라 지금 당장 말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치권도 바짝 벼르고 있다. 23일로 예정된 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한나라당 의원들이 교육청 관계자를 증인으로 내세우면서 연구정보원장과 연수원장 공모 문제를 집중 거론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임 부교육감이 인사위원장이어서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교과부가 새 부교육감을 임명할 수도 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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