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장애진단서로 병역면제·취업혜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9일 11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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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장애진단서를 이용해 병역을 면제받거나 취업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광주지방경찰청은 29일 브로커를 통해 가짜 장애진단서를 발급해 준 혐의(허위진단서 작성 혐의)로 의사 정모(5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 모 신경과 의사인 정씨는 2009년 1월부터 올 3월까지 신체에 아무런 장애가 없음에도 돈을 받고 80명에게 가짜 장애진단서를 발급해 주고 1인당 30만~100만 원을 검사비 명목으로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이 기간 1398명에게 허위 장애진단서를 발급했으며 현재까지 경찰이 공식 확인한 것만 80명에 달한다.

경찰 조사 결과 정씨와 가짜 장애인을 연결해 준 브로커는 다른 혐의로 구속된 박모(50)씨 등 모두 20여 명으로 환자들은 브로커에게 100만~250만 원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신경과 의사이면서도 대부분 진단서는 정형외과 영역으로 분류되는 `관절장애'로 발급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 중에는 심지어 병원에 가서 검사도 받지 않고 돈만 주고 장애진단서를 받은 사람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짜 장애인들은 교통 요금, LPG 차량 구매, 통신요금, 차량 등록세와 취득세 등 총 60가지가 넘는 각종 장애인 혜택을 받으려고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9명은 관절 장애 진단서를 발급받아 병역을 면제받았으며 이 중에는 모 케이블 TV에서 활동 중인 유명 모델도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충남의 한 체육교사는 정씨가 발급해준 허위 장애진단서를 이용해 교원에 임용됐으며 LH, SH에서 장애인에게 우선 분양되는 국민임대주택을 분양받은 사람도 3명이나 확인됐다.

이에 앞서 경찰은 운동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는 현역 레슬링 선수와 코치 5명이 허위로 장애인 진단서를 발급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가짜 장애진단서를 이용해 취업한 사람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은 현직 공무원 80여 명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 경찰은 군 복무 또는 공무상 다쳤다며 국가 유공자 등록을 신청한 사람을 포함해 국가 유공자 10여 명도 가짜 장애진단을 발급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하고 있다.

정씨는 자신의 혐의 사실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씨와 연계된 브로커들의 신병 확보에 나서는 한편 병역 면제 혐의자에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은 수사 대상자가 방대함에 따라 허위 장애진단 의뢰자를 출신 지역별로 나눠 광주지역 5개 경찰서와 지방청 광역수사대에서 수사하도록 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금년 4월 이전에 장애 1~3급은 국민연금공단에서 직접 장애진단을 하지만 4~6급은 최소한의 검사장비를 갖춘 개인 병원에서 발급한 장애진단서를 근거로 별다른 확인절차 없이 주소지 동사무소에서 장애인 등록이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했다"면서 "문제의 병원에서 발급한 장애진단서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재심사를 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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