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재산수사 인권침해” vs “정당한 간첩 수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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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등 국정원앞 시위… 국정원 “정치 공세” 일축

검찰과 국가정보원이 수사 중인 일명 ‘왕재산 사건’에 대해 진보진영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등은 ‘신(新)공안 탄압’이라며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지만 무리한 여론몰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노총 조합원 등 100여 명으로 구성된 ‘노동자통일선봉대’와 민주노동당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 앞에서 수사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검찰 등이) 조직명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증거 없는 수사라는 증거”라며 “국정원이 변호인 접견을 제한하고, 변호인 소지품을 뒤지거나 욕설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최창준 민주노동당 자주통일위원장은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시점에 공안사건이 터지고 한상대 검찰총장이 종북·좌익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며 “이는 정권 차원의 조작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조계와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이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안이면 무조건 ‘정권의 음모’나 ‘공안 탄압’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실관계가 점차 확인되고 있는 사건에 대해 아무런 근거도 대지 못하면서 ‘조작’ 또는 ‘정치적 수사’라고 주장하면서 ‘공안탄압’ 분위기를 만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 일각에서는 23일 구속피의자의 기소시한을 앞두고 검찰과 국정원에 불리한 여론을 조성하려고 이번 시위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왕재산은 북한 김일성 주석이 항일무장 투쟁의 국내 확대 전략을 내놓은 함경북도 온성군의 산(山)으로 이번에 적발된 반(反)국가단체의 조직명이다. 지하간첩단이 적발된 것은 조선노동당이 남한에 구축한 ‘구국전위’의 실체가 드러났던 1994년 이후 17년 만이다.

검찰은 이미 혐의가 상당 부분 확인된 관련자 5명을 구속하고 민주노총 조합원과 민주노동당 당직자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북한 노동당 225국에서 직접 지령을 받고 지하당을 조직해 남한 정당 동향 등 각종 정보를 북한에 보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권 침해 논란에 대해서도 국정원은 “(구속피의자들의) 변호인들은 청사 방문객들이 꼭 거쳐야 하는 보안검색대를 무시하거나 참고인들을 데리고 가는 등 오히려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며 “명백한 인적, 물적 증거를 토대로 수사하고 있으며 인권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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