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 목숨 앗아간 ‘공포의 물골’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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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서 물놀이 대학선후배… 모래해안서 발 헛디뎌 참사

바닷가로 수련회(MT)를 떠났던 대학 총학생회 선후배들이 물놀이를 하다 4명이 물에 빠져 숨졌다. 사고 지점은 평범한 모래해안처럼 보이지만 일명 ‘갯고랑’이라고 불리는 ‘물골(물속 U자 협곡)’이 있어 물놀이를 즐기기엔 위험한 지역이었다. 하지만 수영금지 경고판은 한쪽 구석에 있어 찾아보기 힘든 데다 물골에 대한 설명이나 경고 역시 전혀 없었다. 유가족들은 “안내표시판이라도 제대로 설치돼 있었다면 이런 참사는 없었을 것”이라며 “이번 사고는 당국의 관리 허술로 인한 인재”라고 주장했다.

13일 오후 4시경 충남 서천군 비인면 장포리 나루터 부근 해안에서 수중 기마전놀이를 하던 전북 군산시 군산대 학생과 졸업생 등 17명이 바다 물속 계곡에 빠져 이 가운데 재학생 김태영 씨(26·경영회계학부 4년)와 이승현 씨(29·전북 군산시), 윤지화 씨(24·여·대전), 김태우 씨(29·전북 군산시) 등 4명이 숨졌다.

구조된 최모 씨(29)는 “4팀으로 나눠 기마전을 하다 갑자기 17명이 물속 협곡에 빠졌다”며 “9명은 헤엄쳐 나왔고 먼저 나온 사람들이 튜브와 장대를 이용해 4명은 구했지만 나머지 4명은 파도에 휩쓸렸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119구조대는 사고 발생 1시간여 만에 나머지 4명을 발견했지만 이미 숨져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물골에 발을 헛디뎌 사고를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물골은 바닷물이 육지 쪽에서 빠져나갈 때 만들어지는 물길로 U자 형태의 작은 도랑을 말한다. 나루터 주변 주민들은 “물골의 깊이가 밀물 때는 4∼5m에 이르지만 썰물 때는 바닥이 완전히 드러난다”고 전했다.

군산해경 관계자는 “사고가 난 시간대인 오후 3∼4시는 이 지역에 물이 가장 많이 들어왔다가 점점 빠져나가는 때였다”며 “해수욕장처럼 바닥이 평평할 것으로 착각한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다 물골을 잘못 밟고 그대로 물살에 휩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군산대 총학생회 선후배 사이로 이날 오후 1시경 수련회를 위해 총 19명이 물놀이를 왔으나 사고 당시 2명은 펜션에 있었다.

서천=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군산=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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