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마트 ‘고층만 상하 진동’ 미스터리… 신의 손이 흔들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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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도 “이해 안돼”

서울 광진구 구의동 테크노마트의 이상 진동에 대해 6일 광진구가 긴급 안전점검을 벌였으나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이번 일은 미스터리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건물에 균열이 생기지 않고 고층 일부만 위아래로 흔들리는 것은 과학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건물을 위아래로 흔드는 외부 요인으로는 지진 또는 건물 아래의 지반이 무너져 내리는 ‘지반침하’가 있다. 하지만 5일 서울지역에서는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고 건물을 흔들 정도의 대규모 지반침하도 없었다. 신중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하공간환경연구실장은 “건물을 위아래로 흔들 정도의 지반침하가 발생하면 건물 아래층도 함께 흔들린다”고 말했다. 바람이 건물을 좌우로 흔들었는데 사람들이 위아래로 움직였다고 느꼈을 가능성도 낮다. 유영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테크노마트는 철골(H빔)로 지어져 바람에 흔들릴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현 단계에서 가장 유력한 원인은 건물 내외부에서 발생한 진동이 우연히 일부 층을 위아래로 흔들었을 가능성이다. 모든 사물은 고유한 진동 주파수를 갖는데 이 주파수가 일치하거나 특정 비율로 맞아떨어지면 서로 접촉하지 않아도 진동을 전달할 수 있다. 같은 길이의 소리굽쇠 두 개 중 하나를 치면 다른 소리굽쇠도 영향을 받아 진동해 소리를 내는 현상과 같은 원리다. 만약 테크노마트 건물 내부에서 발생한 진동이 건물 바닥의 진동 주파수에 영향을 줬다면 위아래로 흔들리게 할 수 있다.

실제로 광진구는 이날 조사 결과 발표에서 “7일 오전 9시부터 출입통제를 풀지만 진동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는 11층의 체험형(4D) 영화관과 12층 피트니스센터의 출입은 제한한다”고 밝혔다. 4D 영화관은 의자 수백 개가 동시에 움직이며 진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피트니스센터에서도 사람들이 동시에 뛰는 운동을 하면 진동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권기혁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사건 당시 4D 영화관과 피트니스센터의 고유한 진동 주파수를 측정하기 어려워 인과관계를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광진구는 6일 밤 9곳에 진동계측기 7, 8개를 설치하는 등 진동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추후 조사에서도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으면 건물 내외부에서 발생한 여러 진동이 서로 만나 증폭돼 ‘우연히’ 일부 층 바닥을 위아래로 흔들었을 가능성만 남는다”며 “테크노마트 사태는 명확하게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는 ‘영구 미제사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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