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성보호법 잘못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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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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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위력 행사 성추행, 피해자와 합의 땐 처벌 못해
영장기각 ‘女제자 상습성추행 교장’ 기소조차 못할수도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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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여제자를 상습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교장에 대한 처리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광주지검 목포지청은 현재 제자인 여고생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아동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를 받고 있는 전 전남 함평군 모 고교 A 교장(57) 사건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아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

A 교장은 4월 중순 학교 관사로 제자인 B 양(17·자퇴)을 불러 변태적인 성행위를 시키는 등 지난해 5월부터 1년여간 8차례에 걸쳐 유사성행위를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를 벌인 전남 함평경찰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광주지법 목포지원은 ‘반의사불벌죄’라며 영장을 기각했다. A 교장은 현재 불구속 입건 상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검찰은 A 교장에 대해 기소할 예정이지만 ‘아동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모순된 규정 때문에 고민에 빠진 것. 이 법은 업무상 위력(사람의 의사를 제압, 혼란케 할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을 행사할 경우 반의사불벌죄라 합의하면 처벌할 수 없고 단순 위력은 합의를 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다.

사건이 불거지자 B 양의 아버지는 ‘A 교장이 성추행을 한 적 없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검찰에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B 양 아버지는 경찰 조사에서 “딸이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A 교장이 자신의 학교 학생을 성추행한 뒤 합의를 하면 처벌할 수 없어 오히려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최악의 경우 검찰이 법 때문에 A 교장을 기소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 조사를 아직 못했지만 B 양 체육복에서 A 교장의 정액이 나오고 관사 폐쇄회로(CC)TV 자료에 A 교장이 B 양을 데리고 관사에 들어가는 등 증거는 충분한 것 같다”며 “A 교장을 어떻게든 기소하기 위해 법률 검토를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률전문가들은 A 교장이 B 양 성추행 이후 1만∼5만 원을 건넨 만큼 성매매 혐의 등을 적용해 기소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혐의에 비해 너무 가벼운 처벌을 받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해당 법을 입안한 여성가족부는 “시설장이 지도 관리하는 아동 청소년을 성추행한 뒤 합의를 하면 처벌할 수 없는 이 법률이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상식과 현실에 맞게 해당 규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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