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스트 박태규 조속 송환해 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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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규 검찰총장, 방한 캐나다 검찰총장 만나…
부산저축銀 정관계 로비 핵심인물… 귀국땐 수사 급물살

김준규 검찰총장은 27일 오후 6시 국제검사협회(IAP) 연례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브라이언 손더스 캐나다 검찰총장과 양자회담을 열고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로비스트 박태규 씨(72)의 조기 송환을 요청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박 씨가 부산저축은행그룹이 퇴출 저지를 위해 1000억 원대의 유상증자를 하는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를 만나 로비를 벌인 대가로 6억 원을 받았다”는 부산저축은행그룹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하고 박 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박 씨는 윤여성 씨(56·구속 기소) 등 부산저축은행그룹 수사에서 로비스트로 지목된 인물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다. 그는 수사가 시작되자 곧바로 캐나다로 도피했다. 박 씨가 송환되면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정관계 로비 수사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는 이날 오후 2시 김양 부산저축은행그룹 부회장(59·구속 기소)에게서 아파트 개발사업 과정의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3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서갑원 전 민주당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 수사와 관련해 국회의원 출신 인사가 소환된 것은 서 전 의원이 처음이다. 서 전 의원은 7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뒤 오후 8시 50분 귀가했다. 그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돈을 안 받았는데 혐의를 인정할 게 없다”고 말했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은 550억 원을 투자해 서 전 의원의 지역구인 전남 순천시 왕지동에서 아파트 개발사업을 벌여왔다. 또 검찰은 이 사업과 관련해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청탁을 받아 인허가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서모 변호사를 지난주 불러 조사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인천 효성지구 개발사업에서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브로커 윤 씨를 통해 8000만 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대통령정무1비서관 출신 김해수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53)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상환 영장전담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 이석환)는 삼화저축은행에서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공성진 전 한나라당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공 전 의원은 이날 오전 8시 반 변호인과 함께 검찰에 출석해 15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오후 11시 반경 돌아갔다. 공 전 의원은 2005∼2008년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에게서 여동생을 통해 매달 500만 원씩 모두 1억8000여만 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검찰은 신 명예회장에게서 1억여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임종석 전 민주당 의원을 29일 소환할 예정이다. 이 은행에서 명절 떡값 등의 명목으로 1000만 원가량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김장호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25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 거물 로비스트 박태규는 ▼


‘거물 로비스트’로 불리는 박 씨는 정·관계 인맥을 통해 부산저축은행의 구명 로비부터 특수목적법인(SPC) 사업 등에까지 두루 로비활동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검찰도 박 씨를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정·관계 로비 의혹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로 주목하고 있다.

박 씨는 자신의 고향이나 출신 학교, 직업 등에 대해서는 철저히 입을 닫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는 박 씨가 올해 72세로 경남 함안 출신이라는 점만 알려져 있다.

주변에서는 ‘박 회장’으로 통했다. 운전기사를 두고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회장’ 직함이 새겨진 명함을 돌렸다고 한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언론계 법조계에까지 두루 인맥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로비 행각이 1990년대 말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있었다는 소문도 있다. H벤처회사 김모 대표는 “1990년대 말 고속도로 전자결제 시스템인 하이패스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박 씨에게 로비자금으로 수억 원을 줬지만 로비에 실패해 돈만 날렸다”며 “우리 회사의 회장이라고 명함까지 만들어 들고 다녔다”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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