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군 왜관읍의 미군기지 캠프 캐럴 내 고엽제 매몰 의혹 파문이 확산되면서 정부가 주한미군의 고엽제 반입과 처리 실태를 전혀 모르고 있었는지 의문이 일고 있다. 더욱이 1970년대 초 캠프 캐럴 외에 경기 의정부를 비롯한 다른 지역의 미군기지로도 고엽제로 추정되는 다량의 드럼통을 옮겼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지만 군 당국은 입을 다물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22일 “캠프 캐럴 내에 다량의 고엽제를 묻었다는 의혹은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정부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미국과 공동조사에 신속히 합의한 것도 이번 사안이 그만큼 충격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이 과거 비무장지대(DMZ) 인근 북한군 예상 침투로의 수풀과 잡목을 없애기 위해 고엽제 살포작전을 공동으로 벌인 사례를 볼 때 정부가 주한미군의 고엽제 반입 실태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을 개연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1999년 주한미군이 DMZ 인근에 고엽제를 뿌렸다는 비밀문서가 공개된 뒤 국방부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1968, 69년 DMZ 인근에 모두 5만9000갤런의 고엽제를 뿌렸으며 이 중 독성이 강한 에이전트 오렌지는 2만1000갤런이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국방부 관계자는 “고엽제 살포는 미2사단이 먼저 요구했고 한국군도 필요성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1969년 이후에도 한미 군 당국이 소규모로 고엽제 살포작전을 벌인 점에 비춰볼 때 실제 반입량은 5만9000갤런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선 미국이 베트남전쟁에서 쓰고 남은 고엽제의 상당량을 미국으로 가져가지 않고 주한미군이 주둔한 한국으로 들여와 몰래 폐기했을 개연성을 제기한다. 한 전문가는 “미군이 느슨한 한국의 환경 감시를 틈타 한국 정부 몰래 들여왔거나 한국이 이를 묵인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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