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부서지고 사라지는 5·18 사적들

  • 동아일보

옛 전남 도청 모습
옛 전남 도청 모습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30년이 지나면서 당시 항쟁 정신을 간직한 사적지들이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5·18민주유공자회설립추진위 산하 ‘5·18사적지보존위’(위원장 최운용)가 최근 20일간 현장조사를 거쳐 발표한 ‘5·18 민중항쟁 사적지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사적지 29곳(26개 지역) 가운데 19곳이 이미 변형 또는 멸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 시위 장소이자 격전지로 꼽히는 동구 금남로와 5·18민주광장(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 남동성당 등 10곳은 비교적 원형에 가깝게 보존돼 있다.

반면 계엄사령부가 자리 잡았던 상무대 터는 통째로 상무신도심으로 개발돼 옛 모습을 전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5월 18일 공수부대가 처음으로 수색 추격전을 벌여 젊은이들이 대거 연행됐던 동구 대인동 옛 공용버스터미널 건물도 헐려 광주은행 본점과 롯데백화점 광주점이 들어섰다. 초창기 시민군 지휘부가 모여 대책을 논의했던 동구 대의동 옛 YWCA 건물과 장동 녹두서점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5월 17일 전국에 내려진 휴교령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나왔던 전남대생들이 18일 오전 최초의 시위를 벌였던 북구 전남대 정문 일대는 하천이 복개되고 정문을 현대식으로 개조해 옛 모습과는 판이하다.

당시 계엄사에 연행됐다 폭행 및 고문을 당한 시민들이 끌려가 치료받았던 서구 화정동 국군광주병원과 학생운동 지도부 및 시민군을 체포해 감금 고문 수사해 악명이 높았던 서구 쌍촌동 505보안부대는 각각 2007년과 2005년 이전했지만 그대로 방치돼 심각한 훼손 위기에 놓였다. 16일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5·18 사적지보존방안 토론회’에서 최운용 위원장은 “5·18 사적지는 지금이라도 원형대로 보존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며 “예외적으로 활용하는 경우 5·18을 선양하고 치유하는 목적으로만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발표자는 “5·18은 광주만이 간직한 세계적 자산”이라며 “항쟁 사적지를 중심으로 ‘5월 길’을 조성하면 광주를 창조적 민주인권도시로 알리는 기반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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