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휴대전화 사용’ 논란… 한국-유럽 다른 잣대

  • 입력 2011년 5월 17일 03시 00분


유럽선 “건강위해 쓰지 말아야”
유럽의회 “전자파 잠재 위험” 금지안 채택… 각국에 촉구

앞으로 유럽연합(EU) 회원국 학교에서는 휴대전화와 무선인터넷(Wi-Fi) 사용이 전면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회 환경·농업·지역 문제 위원회는 14일(현지 시간) “전자파가 학생 건강에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다”며 교내 전자제품 사용 전면 금지 방안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번 결의안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전자파가 건강에 거의 무해하다고 밝힌 것과 정반대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위원회는 결의 보고서에서 “석면과 담배 연기 유해성을 너무 늦게 알게 돼 학생들 건강을 지키지 못했다. 학생들은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친 전자파 영향을 측정할 수는 없다”며 “전자파가 학생 두뇌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결의안에는 ‘모든 전자제품에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경고문을 붙여야 한다’, ‘제조업체는 청소년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 결의안은 본회의를 통과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그 이후에도 47개 회원국에서 결의안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국가 간 협정과 조약 토대가 되기 때문에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국내선 “못쓰게 하면 인권침해” ▼
인권위-진보교육감들 “수업외 시간엔 자유롭게”


국내에서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진보교육감들이 이 문제를 인권이라는 잣대로 보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올 초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 등 수업 외 시간에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는 인권침해”라고 밝혔다. 기숙학교인 서울 S고가 휴대전화를 보관했다가 매일 오후 4시∼6시 20분에만 사용토록 하자 학생이 인권위에 진정서를 낸 데 따른 결정.

서울과 전북교육청이 추진 중인 학생인권조례에는 휴대전화 사용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앞서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발표한 학생인권조례의 ‘사생활의 자유’ 항목을 통해 휴대전화 소지의 자유권을 보장했다. 지난해 초안 공개 당시 논란이 되자 경기도학생인권조례제정자문위원회는 “학생이 휴대전화를 통신·호신수단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요구를 존중해 소지 자체를 금지하면 안 된다”며 “다만 수업시간 등 정당한 사유에 대해서는 규제할 수 있다”고 했다.

학교에서의 휴대전화 사용에 대해 학생들은 대체적으로 환영한다. 서울시교육청이 3일 마련한 학생인권조례 관련 공청회에서는 한 학생이 “휴대전화에 대해 너무 억압적이다. 뺏기고 나서도 줄지 말지 선생님 마음대로다.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의견은 팽팽하다. 서울 A고 교사는 “대부분의 학생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어 사용을 금지하는 건 어렵다. 다만 수업에 방해되지 않도록 학칙으로 정해야 한다”고 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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