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불편한 스승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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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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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촌지 받으면 즉시 돌려주세요” 일선 학교에 공문

“이번에는 스승의 날이 일요일이라 차라리 다행이에요. 선물이나 촌지 때문에 예민해진 나머지 스승의 날 쉬는 학교도 꽤 있었거든요.”(서울 A초 교사·45·여)

30회를 맞는 스승의 날(15일)이 다가왔지만 교사들은 전혀 반갑지 않다. 은혜에 감사하고 존경하라는 뜻에서 만들어진 스승의 날이지만 언젠가부터 교사들은 눈치를 보게 됐다. 촌지나 값비싼 선물이 오가는 게 문제시되면서부터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전달받은 촌지 관련 공문을 모든 학교에 보냈다. 해마다 스승의 날 즈음해 비슷한 공문을 보냈지만 올해는 ‘제공받은 촌지 등 처리방법’이라는 자료가 붙었다.

예를 들어 본의 아니게 금품 등을 제공받은 경우 즉시 반환해야 한다. 금품 등이 썩고 변질될 우려가 있으면 폐기처분 또는 불우이웃돕기 시설에 기증하라, 제공자나 제공자의 주소를 알 수 없고 반환이 어려우면 소속 기관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 처리하라고 돼 있다. 또 금전적 가치가 있는 금품은 학교 홈페이지에 14일간 공고하고 1년 뒤 서울시교육비특별회계나 학교회계에 귀속시킨다. 공문은 촌지 또는 불법 찬조금 사례도 참고자료 형식으로 유형별로 분류해 놓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촌지 처리 방법은 공무원 행동강령 등에 나온 것을 정리한 거지만, 감사원장(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취임사에서 교육 청렴도 개선 의지를 보인 만큼 권익위도 더 신경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최근 스승의 날 촌지 등 교육비리 감찰을 강화하겠다는 공문을 전달했다.

B고 교사는 “얼마 전 ‘스승의 날 촌지(금품)를 받는 교사에 대한 인사 처분을 강화한다’는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니 마치 우리 모두가 촌지받는 나쁜 교사가 된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C초 교사는 “예전에는 학생들이 카네이션을 달아주며 감사하다는 말을 하면 피곤함이 사라졌는데 지금은 스승의 날의 아름다운 취지가 퇴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스승의 날을 조용히 넘기는 학교가 많아지면서 아예 언제인지 모르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초등학교 4학년 김모 양은 “스승의 날은 항상 단축수업이나 재량휴업일이었는데 오늘(13일) 단축수업을 하기에 스승의 날인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에게 스승의 날은 여전히 신경 쓰이는 날이다. 신모 씨(40)는 “요새는 당일에 선물하는 학부모는 없다. 미리 보낸다”며 “작은 선물도 돌려보내는 교사가 있어 죄를 지은 것처럼 민망한 때도 있지만 엄마로서는 신경을 아예 안 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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