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성폭행 무고’ 뒤엔 파렴치 무속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1일 03시 00분


이혼한 엄마의 정부… 친밀감 쌓은 뒤 수차례 성폭행“몹쓸짓 한 건 네 아빠” 세뇌… 금품 뜯으려 고소 사주

“‘할아버지’는 아버지와는 달랐어요. 살갑게 대해줬고, 서점도 자주 데려가 줬어요. 잘못인 줄 알았지만 할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어요.”

친아버지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가 최근 허위고소 사실이 들통 난 A 양(18). A 양이 친아버지를 허위 고소한 것은 이혼한 어머니의 정부(情夫)인 무속인 이모 씨(56)의 ‘차일드 그루밍(child grooming)’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차일드 그루밍은 폐쇄적인 상황에 놓여 있거나 정신적으로 미약한 미성년자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친밀감을 쌓은 뒤 정신적으로 종속시켜 범죄 대상자로 삼는 것을 의미한다.

A 양이 이 씨를 알게 된 것은 부모가 별거 중이던 2008년. 수사를 담당한 춘천지검 영월지청에 따르면 A 양의 어머니(42)는 남편의 잦은 외박과 도박을 이유로 별거 중이었으며 어느 날 아는 아저씨라며 이 씨를 소개했다. 어릴 적 툭하면 부부싸움을 일삼던 부모 탓에 애정에 목말랐던 A 양에게 이 씨는 말도 잘 들어주고 선물도 사주는 등 마치 친아버지처럼 대해줬다.

하지만 이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기가 부족한데 채워주겠다”며 A 양의 신체 은밀한 곳 등을 만지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A 양과 단둘이 여행을 다니며 수차례 성폭행까지 했다. A 양의 어머니는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이 씨는 A 양에게 “너를 성폭행한 것은 내가 아니라 너의 친아빠다”라며 계속 세뇌를 시킨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A 양은 어처구니없게도 이를 사실로 여기고 지난달 15일 친아버지를 경찰에 고소했다. A 양의 아버지는 이 때문에 지난달 구속됐으나 검찰 수사에서 무고임이 밝혀져 최근 풀려났다. 검찰 조사 결과 신용불량자로 수천만 원의 빚이 있던 이 씨가 A 양의 아버지에게 돈을 뜯어내기 위해 모든 범행을 모의하고 사주한 것으로 밝혀졌다.

영월=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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