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 고리1호기, 수명연장 논란…日사고 보고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3일 10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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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집으로 비교하면 두꺼비집(차단기)이 내려간 정도의 아주 경미한 고장입니다."

12일 오후 8시 46분 경 가동이 중단된 고리원전 1호기(설비용량 58만7000kW급, 가압경수로형)의 고장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6년만에 고장=13일 고리원자력본부에 따르면 고리원전 1호기가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된 것은 1875일만이다. 고리1호기는 2005년 5월 10일부터 핵연료 교체를 제외하고 고장으로 정지된 적이 없었는데 이날 거의 6년만에 고장이 난 것이다.

고리1호기는 지난 1월 국내 원전 사상 처음으로 5회 연속 한 주기 무고장 안전운전(OCTF)을 달성했다. 한 주기 무고장 안전운전은 핵연료 교체에서부터 다음 연료교체까지 발전정지 없이 연속운전하는 것을 의미하며 원전의 운전, 정비, 관리 등 모든 분야에서 우수한 운영능력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고리원전 1호기는 1978년부터 상업운전을 한 이후 현재까지 국내 원전 최다인 10회 무고장안전운전을 기록했다.

◇수명연장 이슈로 부각=고리원전 측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고리1호기의 고장은 수명연장 논란에 주요 이슈로 거론될 전망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를 계기로 고리1호기의 수명연장 논란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지방변호사회가 12일 설계수명(30년)을 연장해서 가동 중인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한 가동중지 가처분신청서를 부산지법에 제출했다.

고리1호기가 설계수명이 끝난 노후원전으로 사고위험이 크고, 교체되지 않은 부품이 많을 뿐 아니라 원전가동이 장기화할 경우 외벽 등이 약해지는 '치화현상' 등이있는 만큼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부산지방변호사회의 논리다.

또 부산지역 일부 기초의회에서도 고리1호기의 가동 중단을 위한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고 환경단체도 고리1호기의 가동중단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번 고장정지가 경미하다고 해명에도 불구하고 고리원전 측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이유다.

고리원전 관계자는 "고리1호기가 다른 원전에 비해 운영실적이 좋았는데 하필이면 이런 상황에서 사고등급에서 0등급에 해당하는 경미한 고장이 나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와 핵발전소 반대 울산시민행동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연쇄폭발 사고가 보여주듯이 노후한 원전일수록 자연재해 등에 취약한 만큼 10년 수명연장한 고리1호기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도 포문=
민주당 부산시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고리1호기의 설계수명을 연장한 이후 낙뢰로 두 번이나 가동이 중지됐다면서 한번도 고장이 없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조경태 의원은 "고리원전의 취수구 길이가 142~146m로 너무 짧아 쓰나미가 밀려왔다가 다시 빠져나갈 때 냉각장치에 심각한 결함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또 고리원전 1호기 계속운전 평가에서 원자로 용기가 건전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자 다른 기준을 적용하거나 단서조항을 활용해 변칙 연장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민주노동당 부산시당도 이날 고리1호기를 폐쇄하고 핵단지화 조성정책을 재검토해야한다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민노당은 "단순 기기 고장이며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면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하다'는 말이 아니라, 안정성 검토 보고서를 비롯한 원전 안정성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가감없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 "괜찮다" vs 주민은 "불안"=
고리원전 1호기에서 사고조사를 벌이고 있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관계자는 "정확한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경미한 고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가 된 차단기는 2007년에 설치된 설비로 원전 노후화와 직접적으로 연결시키기는 무리한 판단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재기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국내원전에 대한 특별점검을 하고 있고 그 결과를 잘 검토해야 하겠지만 단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문에 고리1호기 등 국내원전을 폐쇄해야한다는 논리는 지나치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기장군 장안읍에 사는 김모(45) 씨는 "고리원전에서 크고 작은 사고는 발생했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일본에서 어떻게 사고를 수습하는지 정부에서 국내 원전의 안전성 조사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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