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꿈나무재단 26주년]1985년 3억원 장학기금 ‘122억 거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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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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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 4월에 열린 ‘전국농아인야구대회’는 동아꿈나무재단이 첫 회부터 후원하고 있다. 동아꿈나무재단 제공
지난해 3, 4월에 열린 ‘전국농아인야구대회’는 동아꿈나무재단이 첫 회부터 후원하고 있다. 동아꿈나무재단 제공
임영희 할머니(72·서울 강서구 방화동)는 2009년 6월 중학교 2학년이던 외손녀 한유빈 양의 생일 선물로 동아꿈나무재단에 100만 원을 기부했다. 여느 아이처럼 옷이나 신발을 갖고 싶었을 텐데도 손녀는 할머니 선물에 담긴 숨은 뜻을 알았다.

“나무처럼 무럭무럭 자라서 어려운 사람에게 그늘도 돼 주고 열매도 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거죠. 남에게 베풀 줄 아는 마음을 갖고 커 나가라는 뜻이었어요.” 임 할머니는 중학교 1학년생이던 친손녀 이유진 양의 이름으로도 100만 원의 꿈나무 기금을 심었다.

동아꿈나무재단은 1985년부터 기부금을 받아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을 지원했다. 출범 당시 3억 원이던 재단 장학기금은 올해 122억 원으로 늘었다.

기탁자 중에는 남에게 베푸는 마음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최혜선 씨는 2005년 딸 강소정 양의 이름으로 1300만 원을 기부했다. 딸의 대학 합격을 축하하면서 앞으로 사회봉사를 많이 하라는 뜻에서였다. 2008년에는 200만 원, 2009년에는 500만 원을 더 기부했다.

최 씨의 기부는 세대를 이어왔다. 1985년 6월 시아버지 강유원 씨가 아들 강태욱 씨와 최 씨의 결혼기념으로 200만 원을 최 씨 이름으로 냈다. 부부는 그 마음을 이어 지금까지 12회에 걸쳐 3700만 원을 기부했다. 최 씨는 “시아버지가 좋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터준 길을 나도 딸에게 이어준 것뿐”이라고 말했다.

자녀에게 사회봉사를 몸소 가르치고자 했던 꿈나무 기금의 역사는 오래됐다. 1999년 재일사업가 김종필 씨는 당시 동경한국학교 5학년 김신애 양과 1학년 김신 남매의 이름으로 100만 원씩을 보냈다. 1993년에는 사업가 노영화 씨가 대학교 1학년생이던 큰 딸 노미나 씨 기금으로 40만 원, 1998년에는 노유나 노형진 남매 기금으로 20만 원씩을 기부했다.

동아꿈나무재단의 기탁자는 현재 294명. 처음은 1971년에 100만 원을 보낸 실향민 오달곤 씨(1985년 작고)였다. 제주 서귀포시에서 감귤 농장을 운영하던 오 씨는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맞는 2020년부터 가난한 영재들을 위해 써 달라”고 했다.

이후 동아일보는 1974년 유신정권의 광고탄압 당시 독자가 격려광고금으로 보내온 1억2000만 원을 사회 환원 차원에서 재단 출연금에 포함시켰다. 1985년에도 3억 원을 출연해 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은 이 소중한 기금으로 지난해 형편이 어려운 중고교생과 대학생 376명에게 2억7000여만 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했다. 교육기관 28곳에도 2억7000여만 원, 청소년 선도사업을 위해 9100만 원, 학술연구지원금으로 9000여만 원, 장애학생 지원사업으로 8100만 원을 썼다.

재단이 특히 힘을 쏟는 분야는 장애학생을 위한 사업. 신체장애학생 100명에게 장학금 4000만 원을 주는 등 특수학교 20곳의 교과 외 특별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00만 원을 투자했다. 특수교육교사 교단수기공모사업 및 해외연수사업, 학습지도 연구 모임 지원은 매년 하는 사업.

올해 5회째를 맞는 전국농아인야구대회도 재단이 첫 회부터 지원했다. 처음 5개 팀으로 시작해 이제 전국에서 12개 팀이 조직돼 활성화됐다. 청각장애를 극복하고 야구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강우석 감독이 1월 영화 ‘글러브’로 만들기도 했다.

이외에도 독지가의 뜻을 받들어 청소년 독도탐방사업, 동아신춘문예 중편소설 당선작에 동아 인산문학상을 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박충서 동아꿈나무재단 국장은 “앞으로도 지원대상을 늘리는 등 재단의 힘이 닿는 한 소외계층과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돕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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