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사람 아끼고 존중하는 것이 최고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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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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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고종주 부장판사
지법서 이례적으로 정년퇴임

부산지법 고종주 부장판사(63·사법시험 22회·사진)가 7일 정년퇴임했다. 지법 부장판사로 정년을 채운 법관은 전국에서 여섯 번째다. 부산에서는 처음. 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하지 못하면 변호사 개업을 하는 법조계 관례를 깬 것.

경남 남해 출신인 그는 1974년 부산대 법대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에 합격해 5년간 문교부(현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기관에서 근무하다가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8년 6개월간 부산 마산 대구 울산에서 근무한 향판(鄕判)이다. 딸 결혼식을 배석판사도 모르도록 할 만큼 철저한 몸가짐으로 유명하다. 최근 부산지방변호사회가 지역 법관들을 상대로 한 평가에서 우수 법관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평소 “사회적 약자 권익 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법관”이라는 평을 받았다. 2009년 부부 사이 강간죄를 인정하는 판결에 이어 성전환자(트랜스젠더) 성폭행을 강간죄로 처음 인정했다. 2007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김상진 게이트’에서 전군표 전 국세청장,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 등 권력층 재판도 맡았다.

시인 법관으로도 이름 나 있다. 2004년에는 시집 ‘우리 것이 아닌 사랑’에선 아내와 딸, 이웃, 자연과 신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 2009년에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희생자를 위로한 두 번째 시집 ‘대구지하철 중앙로역에서’를 냈다. 최근에는 법관생활을 마무리하면서 기억에 남는 판결과 소회, 합리적인 판결을 위한 제언 등을 담은 산문집 ‘재판의 법리와 현실’을 발간했다. 그는 “인생에서 선배들에게 배운 것은 ‘사람을 아끼고 존중하는 것이 인생사 최고 가치’라는 사실”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가르침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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