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첫 인상이 전부다!

  • Array
  • 입력 2011년 3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학생부-교사추천 진로선택에 중요한 영향
새학년 담임-친구에 긍정적 인상 심어줘야

새 학년이 된 초중학생은 학기 초 교사와 친구들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기기 위한 전략적 관리가 필요하다. 동아일보 DB
새 학년이 된 초중학생은 학기 초 교사와 친구들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기기 위한 전략적 관리가 필요하다. 동아일보 DB
《새 학년이 시작됐다. 이젠 전략적 첫인상 관리가 필요한 때다. 상급학교 입시 등에서 내신, 교사추천, 학교생활기록부 등이 평가요소로 중시됨에 따라 담임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어떤 첫인상을 남기느냐는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됐다. 이번 주 ‘신나는 공부’는 C1·2·3면에 걸쳐 전략적 첫인상 관리를 집중 조명한다.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긍정적인 첫인상을 심어주는 일은 왜 중요할까. 어떻게 하면 나의 첫인상을 성공적으로 어필할 수 있을까. 그리고 학부모는 학부모네트워크를 갖추기 위해 새 학년에 어떤 전략을 짜야 할까.》
초등 5학년 이모 군(11·서울 서초구)은 지난달 22일 새 학기를 앞두고 ‘이미지 메이킹’ 준비에 돌입했다. 1분 동안 말할 분량의 자기소개 문구를 작성하고 거울을 보며 바른 자세로 또박또박 말하는 연습을 했다. 가족을 모아두고 자기소개 리허설을 하기도 했다. 또 새 교과서의 학습활동을 미리 살펴보고 ‘선생님이 어떤 질문을 할지’ ‘어떤 모둠활동이 진행될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발표기회가 왔을 때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 군은 “학기 초부터 선생님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면 시험에 대한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을뿐더러 수행평가 태도점수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친구들에게 적극적이고 리더십 있는 학생으로 비쳐 1학기 학급 회장선거에 당선될 확률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3월. 적잖은 초등생과 중학생은 ‘전략적 이미지 관리’에 들어간다. 학년 초 첫인상은 비단 원만한 교우관계를 형성하거나 담임선생님에게 ‘잘 보이는’ 성과를 넘어 상급학교 입시나 내신에도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국제중학교 합격을 노리는 초등생이나 특수목적고 및 자율형사립고 진학을 목표로 한 중학생들은 새 학년이 되면서 선생님에게 긍정적인 첫인상을 주기 위해 비상한 노력을 기울이는 경우가 많다. 학교생활기록부나 교사추천서 등 선생님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있는 평가요소들이 상급학교 입시에 막대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생각에서다. 학생부와 추천서는 학기 말에 작성되는 데다 가급적 부정적인 내용 대신 해당 학생의 긍정적인 측면을 기술하는 경우가 많지만, 학년 초 받는 첫인상에 따라 긍정적 평가의 구체적 수위와 표현 내용에서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게 적잖은 일선 교사들의 설명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 생활지도부장 교사는 “첫인상이 좋은 학생의 경우 학기 내내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게 되기 때문에 학생부에 작성할 내용이 풍부하다”면서 “반면 첫인상이 좋지 않은 학생은 상대적으로 관찰 내용이 적을 수 있어 ‘성실하다’ ‘학업성적이 우수하다’ 같은 상투적인 표현밖에 쓸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과학고 진학을 목표로 공부했던 고1 고모 군(16·서울 노원구). 지난해 학기 초 담임선생님과의 개별면담 때 자신의 목표와 앞으로의 학습계획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과고 합격엔 다소 성적이 부족했던 고 군. 하지만 그의 중3 담임을 맡았던 교사는 뚜렷한 목표와 의지에서 긍정적인 인상을 받았다.

이후 담임교사는 고 군의 과고 진학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입시정보를 공유하고 매달 한 번씩 고 군을 따로 불러 학습상황을 함께 점검했다. 또 직접 과학교과부장 교사에게 고 군의 목표를 설명하고 학습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기도 했다.

고 군의 담임교사는 “학기 초부터 학습 및 생활태도를 관심 있게 지켜본 덕분에 추천서를 작성할 때 ‘수학수업시간에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기 위해 관련서적을 준비했다’ ‘어려운 과학문제를 푸는 시간이 5분가량 단축됐다’처럼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학생의 장점과 잠재력을 설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첫인상은 내신점수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최근 초중학교 내신시험에 서술형 평가와 수행평가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 학교마다 엄격한 평가기준을 세우지만 감점 및 가점요인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불손한 말투나 예의에 어긋난 행동’ ‘자발적인 발표’처럼 교사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있는 부분도 포함돼 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중학교 국어교사는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학생의 말투나 행동을 통해 형성된 첫인상은 추후 평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예를 들어 비속어를 자주 사용하는 학생의 경우 토론수업이나 발표 때 다른 학생에 비해 더욱 엄격하게 평가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또 그는 “교과담당교사는 학생 개개인을 면밀히 관찰할 시간과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첫인상이 학기 마지막까지 유지될 여지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첫인상은 교사뿐 아니라 학급 친구들 사이에서도 더욱 중요해졌다. 좋은 첫인상을 남기면 1학기 학급 선거에서 회장 등 간부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또 최근 초중학교 수업에서 모둠활동이나 토론활동이 자주 이뤄지면서 교우관계가 내신점수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 도래된 것이다. 학교별로 차이는 있지만 조별활동 점수가 전체 점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는 20% 수준. 친구가 직접 나를 평가해 점수를 매기는 ‘조원 평가점수’도 반영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6학년 C 군(12·서울 강남구)은 지난해 과학에서 유독 낮은 점수를 받았다. 문제의 시작은 지난해 3월 초 있었던 ‘공기의 성질 파악하기’ 실험. C 군은 예습한 내용을 토대로 실험을 주도했다. 20분 만에 실험을 마치고 실험보고서를 제출했다. 당연히 높은 점수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30점 만점에 14점. 30점 중 10점을 차지했던 조원 평가에서 ‘멋대로 실험을 혼자만 했다’ ‘다른 조원들과 실험결과를 공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단 1점을 얻은 게 가장 큰 이유였다. 5점 만점이었던 태도점수에서도 ‘실험 후 정리정돈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점을 받았다. 이후 C 군은 친구들 사이에서 ‘이기적인 아이’로 인식돼 학기 중 10회가량 진행된 다른 과학실험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결국 전체 과학점수 중 20점을 차지한 실험점수에서 무려 10점 이상 감점 당했다.

지난해 C 군의 담임이었던 교사는 “학기 초 부정적인 첫인상을 남길 경우 학생들이 같은 조가 되기를 꺼려 조별활동 자체를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면서 “첫인상 관리가 학기 내내 이뤄지는 조별활동 점수 관리의 시작인 셈”이라고 말했다.

▶C2면에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기는 노하우’가 소개됩니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