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5월경 전남 담양군 고서면장(面長)은 이장 27명에게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회의에서 결정된 고서면 신사(神社) 운영비를 징수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징수액은 50가구 마을은 1500원, 86가구 마을은 2500원이었다. 당시 고서면은 총 1237가구로 징수액은 3만7110원이었다. 가구당 30원꼴로 현재 화폐가치로 따지면 3만 원꼴이다.
일제가 면(面) 단위 하부 조직을 통해 신사 운영비를 징수하는 등 민족정기 말살정책을 자행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공문이 21일 처음 공개됐다. 상하이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지낸 백강 조경한 선생의 외손자인 심정섭 씨(68·광주 북구 매곡동)는 이날 동아일보에 이 공문을 보내왔다. 심 씨는 “일제는 신사 운영비를 내지 않은 주민은 무단벌목 등 각종 핑계를 대 혹독한 탄압을 했다”고 설명했다. 심 씨는 또 충북 보은군의 한 군의원이 신사 건립비를 많이 내 면장이 된 문서와 광주신사후원모임에 지도층 인사들이 참여한 회의록 등도 공개했다. 김승태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연구위원은 “각 가구에 신사운영비를 강제 징수했다는 자료는 처음 공개된 것으로 일제의 민족말살 정책이 그만큼 악랄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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