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가지원금으로 살던 박순덕 할머니 “하늘나라에서 온 장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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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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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금붙이 어려운 학생 위해 써달라” 이웃주민에 유언 남기고 작년 별세
금 판 520만원 화천군장학회 기탁

지난해 12월 27일 강원 화천군 화천읍 중리에 사는 석모 씨에게 같은 마을에 사는 박순덕 할머니(사진)가 찾아왔다. 피붙이라고는 먼 친척밖에 없는 박 할머니는 자신이 죽거든 집에 있는 금붙이를 화천군에 기부해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의 학비로 쓰게 해달라고 유언을 남겼다. 석 씨는 “앞으로 10년은 더 살 것”이라고 위로한 뒤 몸살약을 사서 전했다. 그러나 박 할머니는 이틀 뒤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석 씨는 주민들과 함께 장례를 치른 뒤 박 할머니의 집안을 살폈다. 안방 한 구석에 금팔찌, 금반지, 은비녀 등이 정리돼 있었다. 석 씨는 박 할머니의 유품을 갖고 금은방을 찾아갔다. 금은방 주인에게 할머니의 사연을 들려줬더니 시가보다 더 쳐 주겠다며 유품 모두를 매입했다. 이렇게 해서 석 씨가 받은 돈은 520만 원.

석 씨는 18일 오전 이호영 화천읍장을 찾아가 박 할머니의 뜻과 함께 돈을 전달했다. 이 읍장은 정갑철 군수를 통해 이 돈을 화천군장학회에 기탁했다.

석 씨는 “이 돈으로 혜택을 받아 공부한 학생이 국가를 위해 훌륭한 일꾼이 되는 모습을 할머니가 하늘나라에서 끝까지 지켜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할머니는 셋집에서 살며 국가가 지원하는 월 20여만 원으로 힘들게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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