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목포 출신인 ‘함바집 브로커’ 유모 씨는 부산 인천을 근거지로 삼아 10여 년간 식품 유통 관련 사업을 하면서 정관계, 경찰 등 그물망식 인맥을 구축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초중고교의 단체급식 사업에도 손을 댔다. 2000년대 이후 개발사업이 많은 전국을 대상으로 활동하며 이른바 ‘전국구’를 형성하게 됐다. 검찰은 10년 넘게 친분을 유지하면서 관리해온 정관계 인사들이 승진하면서 자연스럽게 로비 인맥도 넓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유 씨는 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 업자들 사이에서 ‘해결사’, ‘마당발’로 통했다. 유 씨에게 부탁해 함바집 운영권을 따냈다는 한 업자는 “두뇌 회전이 빠른 데다 인맥이 넓어 이 바닥에선 해결사로 통했다”며 “언행이 점잖아 겉보기에 사기꾼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유 씨의 사업 방식이나 로비 방법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유 씨는 철저한 현금 로비를 원칙으로 삼았다. 현재까지 유 씨가 접촉한 것으로 거론되고 있는 전현직 장차관, 공기업 대표, 경찰 고위간부 등에게도 현금이 건네진 것으로 보인다.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현직에 있던 2009년 집무실에서 2000만 원 등 총 1억 원의 금품을,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에게도 재임 중 두 차례로 나눠 1000만 원, 2500만 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유 씨는 함바집 운영업체 등 운영권을 따내려는 사람들의 자금으로 목돈을 만들어 이를 건설사 대표들에게 로비자금으로 건네고 식당 운영권을 확보했다. 또 정관계 인사와 경찰 등을 통해 인사 등 다른 민원도 해결하며 영향력을 높여갔다.
또 유 씨는 함바집 알선은 매제와 처남 등 가족을 비롯해 수십 명에 이르는 ‘2차 브로커’를 동원하는 문어발식으로 진행했다. 2차 브로커는 실제 함바집을 운영할 업자들에게 운영권을 다시 파는 형태로 사업을 해 왔다. 유 씨는 강 전 경찰청장과 이 전 해양경찰청장 등 경찰 고위직 인사와의 친분 관계를 앞세워 “반드시 운영권을 따 주겠다”며 투자자들을 유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된 H건설 A사장은 “유 씨가 경찰 고위직을 많이 알고 있었고, 실제로 민원을 해결해줬다”고 진술했다. 한 함바집 운영자는 “유 씨에게서 영업권을 얻기 위해 미리 돈을 주고 기다리는 사람이 아직도 많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유 씨는 학교 급식업체 사장, 동남아 주택 사업가, 금형제조업체 사장 등으로 자신을 소개하면서 인맥을 넓혀갔다. 실제로 그의 명함 종류만 5, 6개에 이르고, 휴대전화도 1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명과 함께 이름의 끝자리를 바꾼 가명을 번갈아가며 사용했다. 2차 브로커들에게는 되도록 자신의 실명이 아닌 ‘유 영감’, ‘유 회장’ 등으로 부르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함바집 관련 운영회사만 13곳이 넘고, 수입차를 렌트해 몰고 다녔다.
이에 앞서 유 씨는 2005년에도 함바집 사업권을 따내려고 로비를 벌인 혐의로 서울동부지법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의 선고를 받았다. 2005년 2월경 서울 송파구 재건축아파트 공사현장 함바집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조합장에게 현금 1억5000만 원을 건넨 혐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