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교원양성 현장을 가다]<5>한국 교생들 “대학강의, 학교현장서 큰도움 안돼”

  • Array
  • 입력 2010년 12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국내에서 교사는 대부분 교대와 사범대에서 양성하고 있다. 대학 입시에서 수도권의 교대와 사범대는 주로 상위권 학생들이 입학한다. 지방에서도 교대, 사범대는 다른 학과보다 월등히 높은 성적을 거둬야 합격이 가능하다. 이처럼 예비교사 자원은 우수한 편이지만 우수 인재가 투입되는 것에 비해 우수 교원이 배출되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는 대학의 교육과정과 국가의 교사 선발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 “학교와 상관없는 내용이 필수과목”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 교대 및 사범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교대생의 65.8%, 사범대생의 47.7%가 “지금까지 수강한 교과교육 강좌가 장차 수업을 운영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교양 강좌가 교사의 자질을 기르는 데 충분하지 않다는 답변도 교대생의 76.9%, 사범대생의 55.2%에 달했다. 학생들이 대학에서 듣는 강의가 학교 현장에서는 큰 도움이 안 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교·사대생 모두 나쁜 강의로는 ‘교수가 강의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강의’를 꼽았다. 학생들은 특히 교수들이 학교 현장을 잘 모르는 것이 문제라는 반응이었다. 교대생의 61.4%, 사범대생의 41.1%가 “교수들이 학교 현장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 사범대 지리교육학과 학생은 “지리교육을 전공한 교수와 지리학을 전공한 교수가 완전히 다르다. 어떤 교수는 학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지리학만 가르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의 수학교육과 학생은 “학교와 상관없고 임용시험에도 나오지 않는 내용을 가르치는데도 필수과목이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다수 대학 수업이 학교현장을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거의 유일하게 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은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교육실습이다. 예비교사 대학생들이 학교에서 실제 수업을 해볼 수 있는 교육실습 기회는 4년간 4∼6주가 전부다. 교육실습 기간이 충분한가라는 질문에 교대생의 35.8%, 사범대생의 52.6%가 “충분치 않다”고 답했다. 사범대에는 교사가 될 생각이 없는 학생도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 예비교사들이 실습기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한 사범대 국어교육과 재학생은 “수업 내용을 알고 있어도 실제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지, 교실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는 실습에서만 배울 수 있다. 대학에서는 아무리 시뮬레이션을 해도 안 되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 달 실습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한 학기 정도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과의 또 다른 학생은 “대학에서 배운 것을 활용해볼 시간이 더 많아야 한다”며 “4학년 때만 하는 것보다는 3학년 때도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 사교육 없이 임용시험 합격은 불가능


서울시내 한 학교에서 중등교사 임용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이 학교를 빠져나오고 있다. 올해 서울 중등교사 임용시험 경쟁률은 선발인원이 줄어 지난해 41 대 1에서 53 대 1로 치솟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서울시내 한 학교에서 중등교사 임용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이 학교를 빠져나오고 있다. 올해 서울 중등교사 임용시험 경쟁률은 선발인원이 줄어 지난해 41 대 1에서 53 대 1로 치솟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전문가들은 교사가 되는 최종관문인 임용시험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임용시험은 객관식인 교육학시험, 전공시험(초등은 전 영역)과 2차 논술시험으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의 학생은 임용시험을 보기 전 유료 인터넷 강의를 보거나 임용시험 학원에 다닌다. 설문조사에서 교대생의 86.4%, 사범대생의 75.3%가 “사교육 없이는 임용시험에 합격할 수 없다”고 답했을 정도다. 학생들은 “대학에서 임용시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교수들은 “대학이 학원은 아니지 않은가. 시험에 나올 만한 내용을 찍기식으로 강의하는 것은 학문을 하는 대학의 본분이 아니다”라고 답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임용시험 합격률이 교원양성기관의 경쟁력으로 평가받으면서 ‘임용시험 특강’ 등 학원식 강의를 하는 대학도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임용시험 문제가 단순 지식을 묻는 형태에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용시험이 단순 지식을 묻고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정리해서 주입해 주는 사교육이 유리하다는 것. 이 때문에 얼마나 전공 지식을 이해하고 있는지를 묻는 서술형 문제가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돈형 한국교원대 교수는 ‘교실친화적 교사 양성과 임용의 연계방안’ 논문을 통해 “실제 교육현장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와 이론을 접목한 문제가 출제돼야 교실친화적인 교사를 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교육전문대학원, 대학 반발로 무산

정부는 우수 교원을 양성하기 위해 교원양성체계를 개편할 계획이다. 개편의 첫걸음은 과다한 교원양성기관을 정리하는 것. 이를 위해 한국교육개발원은 교원양성기관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평가 결과가 저조한 곳은 정원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현재 중등교사 임용시험 경쟁률은 과목별로 40 대 1을 육박한다. 전문가들은 “사범대 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각 대학이 교직이수과정을 우후죽순으로 개설하면서 다른 대학 출신자들도 임용시험에 뛰어들고 있다”며 “비정상적으로 높은 경쟁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교대의 경우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목적만을 가진 학교인데 초등교사 경쟁률이 2 대 1을 넘어서는 것은 우수인재 낭비라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교대와 종합대를 통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종합대와 연계하면서 예비 초등교사들의 시야를 넓힐 수 있고 과열된 초등 임용시험 경쟁률도 낮출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교대 규모를 줄이거나 교대를 종합대와 통합하는 것이 낭비를 막을 수 있는 길이지만 교대 교수들의 반대로 계획이 진행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의원 시절인 2007년과 차관 시절인 2009년에 교육전문대학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험이 아닌 교육을 통해 교사를 선발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교육개발원 김갑성 교원정책연구실장은 “교육전문대학원 계획은 초임 교사들이 이론만 알고 실제는 모른다는 비판 때문에 나왔다”며 “사범대 4년에다 대학원 2년을 더해 실습을 최소 6개월 이상 하거나 시보교사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대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일선 대학의 반발로 교육전문대학원 계획은 없던 일이 됐다. 정부는 교원양성체계를 전면 개편하기에 앞서 교원양성교육을 선도하는 대학을 지정할 방침이다. 정부 지원을 받는 선도 대학은 실제적 역량을 지닌 교사를 기를 수 있는 모범답안을 제시하고 이를 다른 대학으로도 확대한다는 것이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