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아동 후원단체 사무직원들이 환자들에게 전달해야 할 저금통 성금을 수년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성금 유용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초등학생들이 백혈병 어린이 치료에 보태달라며 한 푼 두 푼 건넨 동전을 오래전부터 빼돌린 어른들이 또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
3일 동아일보가 단독 입수한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경인지부의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05∼2007년 이 협회 지부의 당시 사무국장 A 씨 등 직원 4명은 매년 여름방학을 전후해 경기와 인천 일원 초중고교에서 벌인 ‘사랑의 동전 모으기’ 모금액 2억4249만 원 중 432만여 원을 서로 짜고 횡령했다. 백혈병 소아암을 앓고 있는 어린이를 돕기 위한 이 모금에 참여한 학생은 대부분 초등학생이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도 있었다.
○ 저금통 직접 수거한 뒤 빼돌려
2005년 ‘사랑의 동전 모으기’는 그해 6월 13일부터 9월 29일까지 진행됐다. 협회 지부가 인천 경기지역 각급 학교에 협조공문을 보낸 뒤 교장이 동의하면 저금통이 학생들에게 배포됐다. 초등학교 79곳과 중학교 18곳, 고등학교 3곳이 동참했다. 지부는 여름방학 전 학교별로 1000개 안팎의 저금통을 배포했다. 돈을 횡령한 직원들은 직접 모금액을 결산하지 않는 학교가 많다는 점을 노렸다. 100개교 중 21개교는 모금액을 경인지부 예금통장으로 직접 입금해 횡령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79개교의 성금은 지부 직원들이 방문해 수거해왔다. 직원들은 저금통의 돈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서로 짜고 돈을 빼돌렸다. 이들의 ‘코 묻은 돈 빼돌리기’는 적어도 3년간 지속됐다. 이 과정에는 지부 간부와 직원 등 위아래 구분이 없었다. ○ 실제 횡령 규모 더 클 수도
내부 감사보고서는 “(빼돌린) 돈을 직원들의 상여금조로 지급했다”면서 “현금으로 나눠 갖고 급여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내부 문건에는 A 씨 등이 2007년 인천지역 30여 개교와 유치원에서 모금한 2662만여 원 중 124만여 원을 빼돌렸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신욱희 당시 백혈병소아암협회 이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부감사 과정에서 실제 모금액수가 적힌 장부를 확인했는지 불확실하다”며 “모금 규모를 봐서는 횡령액이 더 클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7월 이 협회 중앙회를 상대로 실시한 지도 점검 결과도 추가 횡령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협회 소속 각 지부가 중앙회와 독립적으로 회계처리를 하고 예산서류나 이사회 회의록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 이에 따라 성금 횡령 비리가 다른 지부 등에서도 일어났을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철수 협회 경인지부 사무국장은 “2007년 감사로 횡령 사실이 드러난 뒤 당시 사무국장 등 지부장 이하 모든 직원이 사직했다”며 “그 뒤로는 저금통을 외부인이 보는 데서 뜯는 등 그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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