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받고 1조4534억 PF 부정 대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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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銀 前팀장 구속… 고위간부 개입여부 수사 확대
부동산시행사 대표들은 대출금 일부 개인용도 횡령

수백억 원의 금품을 받고 1조4000억 원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해준 은행 간부와 이들에게 금품을 건넨 시행사 대표가 구속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해주는 대가로 부동산시행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로 우리은행 전 부동산금융팀장 정모 씨(47)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에 앞서 경찰은 8월 같은 혐의로 정 씨의 선임 팀장인 천모 씨(47)를 구속했다. 천 씨와 정 씨는 우리은행 입사 동기로 부동산 대출 업무를 해왔다.

경찰은 또 정 씨 등에게 돈을 건네고 받은 대출금을 횡령한 B부동산시행사 대표 이모 씨(53)를 구속하고, 이 회사 공동대표인 중국동포(조선족) 민모 씨(58)를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D부동산시행사 대표 선모 씨(50·여)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천 씨와 정 씨는 2003년 12월 B사 대표 이 씨와 당시 이 씨가 추진하던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복합물류센터의 PF자금 대출건을 통해서 인연을 맺었다. 이 씨는 1450억 원의 PF 대출을 받은 후 이에 대한 사례로 천 씨에게 10억 원, 정 씨에게 2억 원을 각각 건넸다. 또 이 씨는 정 씨에게 2006년 5월 서울비즈니스센터 PF 대출 2700억 원을 부탁하면서 1억 원을, 2008년 2월 양재동 복합물류센터 PF 대출 1880억 원을 의뢰하면서 8700만 원을 사례금조로 전달했다.

이 씨는 2007년에도 중국동포 민 씨와 함께 중국 베이징에 오피스텔 빌딩 건설사업을 하면서 천 씨에게 PF 대출 지급보증을 부탁하고 B사 주식 30%(1500주·추정이익 180억 원)를 건넸다. B사는 천 씨의 도움으로 대한생명에서 1500억 원, 국민은행에서 2300억 원 등 총 3800억 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고, 이후 대출 대가로 천 씨에게 28억6000만 원을 전달했다. 이와 별도로 정 씨는 아파트 건설 사업을 하던 D사 대표 선 씨로부터 2005년과 2006년 2차례에 걸쳐 2850억 원의 PF 대출을 해준 대가로 10억 원과 2억5000만 원 상당의 골프회원권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천 씨와 정 씨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씨 등에게 총 8건의 부동산 개발사업에 부당한 방법으로 1조4534억 원의 PF 대출을 해줬다. 이를 통해 천 씨는 39억6000만 원과 B사 주식 30%를, 정 씨는 13억8700만 원과 2억5000만 원 상당의 고급 골프장 회원권을 받아 챙겼다. 우리은행은 이들이 대출을 주선한 8건 중 6건, 9273억 원을 아직 상환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B사 대표 이 씨는 수년간 우리은행에서 받은 대출금 가운데 344억 원을 자신의 채무 변제나 세금 납부 등을 위해 횡령했으며, 공동대표 민 씨도 베이징 오피스텔 건설사업 대출금 중 623억 원을 빼돌려 아파트 구매 등에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우리은행 등의 고위 간부도 부동산 시행사로부터 대가를 받고 PF 대출에 관여한 정황이 발견됨에 따라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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