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손님’자격 서울동물원 온 11개월 된 북극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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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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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삼손이, 배달사고로 한국 왔죠

러시아에서 온 아기 북극곰 ‘삼손이’가 22일부터 서울동물원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서울동물원은 내년 2월 말까지 삼손이를 데리고 있을 예정이다. 사진 제공 서울동물원
러시아에서 온 아기 북극곰 ‘삼손이’가 22일부터 서울동물원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서울동물원은 내년 2월 말까지 삼손이를 데리고 있을 예정이다. 사진 제공 서울동물원
“삼손아∼ 삼손아. 삼손아! 야! 이 녀석아!”

단 1초도 가만히 있질 못하는 이 북극곰. 말릴 방법은 없었다. 차가운 물속에 퐁당 빠져서 헤엄치다가도 갑자기 물에서 나와 어슬렁거렸다. 자신을 애타게 찾는 사육사들에게 이 북극곰은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주도권은 사육사들에게 넘어갔다. “삼손아, 이것 봐라”라며 한 사육사가 주머니에서 생선을 꺼내들었다. 생선을 물속에 던지자 삼손이가 물속으로 첨벙 뛰어들었다. 5초도 안 돼 물 위로 고개를 내민 삼손이는 우걱우걱 생선을 씹고 있었다.

18일 오전 경기 과천시 막계동 서울동물원 해양관 내 북극곰 전시관. 2년 동안 조용했던 이곳에 최근 ‘적막’을 깨기 위해 반가운 손님이 나타났다. 러시아 레닌그라드 동물원에서 온 11개월 된 북극곰(폴라베어) ‘삼손이’가 그 주인공. 서울동물원으로서는 2008년 죽은 마지막 북극곰 ‘민국이’ 이후 2년 만에 나타난 북극곰이다. 22일부터 관람객들에게 공개되는 삼손이를 미리 만나봤다.

○ 실수로 보내진 ‘삼손이’

삼손이를 비롯한 북극곰은 현재 전 세계에서 희귀종으로 여겨지고 있다. 지구온난화 및 기상이변으로 멸종 위기에 놓였기 때문. 한국에서도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등 서너 군데밖에 없을 정도로 귀하다. 게다가 국내 북극곰이 대부분 ‘노년기’에 접어든 것을 감안하면 ‘아기 북극곰’ 삼손이는 대단히 귀한 존재인 셈이다. 하지만 서울동물원 관계자는 “마냥 좋아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국이 이후 북극곰의 대가 끊긴 서울동물원은 북극곰이 더 희귀해지기 전에 새로운 북극곰을 들여오기로 결정했다. 그러던 중 레닌그라드 동물원에서 새로운 북극곰 암수 두 마리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입양 의사를 밝혔다. 이왕이면 번식이 가능한 암컷을 원했던 서울동물원은 러시아에서 암컷이 아닌 수컷을 보낸다는 소식을 접했다. 게다가 입양 비용으로 러시아에서 요구한 비용이 약 2억3000만 원. 서울동물원은 수컷을 비싸게 들여오는 게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입양을 포기했다.

그러나 취소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기도 전에 러시아 레닌그라드 동물원 측은 실수로 삼손이를 서울행 비행기에 먼저 태워 보내게 된 것이다. 계약도 제대로 하기 전에 물건부터 받은 서울동물원은 다시 러시아로 삼손이를 보내려 했으나 러시아 측은 “최종 행선지가 결정될 때까지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 삼손이 섭외를 맡았던 이현호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 주무관은 “내년 2월 말까지 서울동물원에 머물기로 했다”고 말했다.

○ 월 사료비만 수백만 원

엄밀히 말하면 삼손이는 러시아에서 온 ‘손님’인 셈이다. 지방 동물원에 없는 동물들을 무료로 서울동물원에서 임대해주는 경우는 있었지만 해외산 동물을 서울동물원이 위탁한 것은 이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육사들은 “혹시 잔병에라도 걸린 채 돌아가면 안 된다”며 삼손이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해양동물팀 방에는 노트북 모니터로 삼손이의 활동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그러나 이러한 염려도 ‘기우’처럼 보였다. 현재 11개월 된 삼손이의 몸무게는 160kg로 500kg 이상 되는 어른 곰과 비교하면 ‘아기’인 셈이다. 삼손이는 쇠고기 닭고기 같은 육류는 물론이고 채소 식빵 등 거의 모든 음식을 먹는다. 하루에 먹는 양만 14kg이 넘는다. 북극곰의 하루 식사량이 평균 5∼6kg인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양이다. 최재덕 서울동물원 해양동물팀장은 “한 달 사료비만 200만∼300만 원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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