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피플&피플/한-러 ‘문화가교’ 바리톤 이연성 씨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0일 03시 00분


오늘 청와대 양국정상 만찬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러일전쟁 때 인천서 침몰한 함정 추모객 통역맡아

10일 한국-러시아 정상회담이 열리는 청와대 영빈관 무대에 설 성악가 이연성 씨. 러시아 유학 1세대로 한-러 문화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10일 한국-러시아 정상회담이 열리는 청와대 영빈관 무대에 설 성악가 이연성 씨. 러시아 유학 1세대로 한-러 문화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러시아 함정이 침몰된 인천 앞바다에 러시아 고위 인사들이 찾아올 때 통역으로 자주 나섰던 바리톤 성악가 이연성 씨(41)가 10일 청와대 영빈관 무대에 선다. 이 씨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앞에서 러시아 민요 ‘등짐장수’ 등을 부를 예정이다.

양국 대통령 회담 이후 만찬 공연이 이어질 때 한국 벽사무용단의 전통춤과 함께 러시아 유학생들의 ‘예술 향연’도 펼쳐진다.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음악원’에서 공부를 한 이 씨와 송원진, 송세진 자매가 이 향연에 출연한다. 러시아 유학생 1세대에 속하는 이 씨는 한-러 문화가교 역할을 활발히 하고 있다. 2008년 시인으로도 등단한 그는 최근 러시아 대문호 푸시킨의 시 등을 가사로 한 시집 겸 노래집 ‘뿌쉬낀과 러시아 로망스’를 냈다. 이 씨는 “러시아에는 시를 가사로 해 작곡된 ‘로망스’가 상당히 많고, 국민들 사이에 널리 애창되고 있다”며 “이태리 ‘오솔레미오’처럼 러시아 노래도 편안히 우리말로 흥얼거려지기를 기대하며 로망스 책을 편역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러시아 음악이 의외로 한국인 정서에 잘 맞는 편”이라며 “드라마 ‘모래시계’의 주제곡 ‘백학’ 등 러시아 곡을 부르면 관객 반응이 상당히 좋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계 러시아인 중 음악인으로 성공한 사람도 많다”고 했다. 러시아 대중음악의 신화적 인물인 빅토리아 최의 무덤에는 아직도 러시아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고, 그의 먼 친척뻘인 아니타 최는 요즘 인기 대중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

이 씨가 음악을 배운 스승도 고려인 성악가 유드밀라 남(2007년 작고)이다. 유드밀라는 1970년대 초 동양인으로 처음 볼쇼이오페라단 정단원으로 뽑혔고, 1988년 서울올림픽 때 한국에 초청돼 세종문화회관에서 가곡 ‘그리운 금강산’ 등을 불렀던 인물.

이 씨는 주한 러시아대사관 후원을 받아 2007년부터 유드밀라 남 추모음악회를 매년 열고 있다. 그는 “해외에는 유명 음악인 이름을 딴 콩쿠르가 많이 열리고 있다”며 “조만간 ‘유드밀라 남 콩쿠르’(가칭)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 부천에 살고 있는 이 씨는 러시아어 통역을 위해 가끔 인천 연안부두 앞 해안공원을 찾고 있다. 이곳은 러시아 바랴크함과 코리예츠함 추모비가 있어 러시아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 이들 함정은 1904년 2월 9일 팔미도 앞바다에서 일본 함대와 치열한 교전을 벌이다 패배 직전 자폭 침몰했고, 배에 타고 있던 러시아 병사 770명이 숨졌다. 주한 러시아대사관은 매년 2월 팔미도 해상에서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3월 러시아 문화장관, 9월 러시아 정부로부터 ‘영웅 배우’ 칭호를 받은 블라디슬라프 피압코 등 러시아 주요 인사들이 이곳을 찾았고, 이 씨가 통역을 맡았다.

이 씨는 1995∼2002년 러시아에서 음악 공부를 했고 모스크바 국립음악원 오페라극장 상임 단원을 지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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