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15∼17일 마포 새우젓 축제 3년째 총감독 류재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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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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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문화에 절인 새우젓 축제… 일렉트로닉 강강술래 맛보시죠”

“새우젓 ㅋㅋ.”

11일 오전 서울시 트위터 ‘서울마니아’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15∼17일 3일간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열리는 ‘제3회 한강 마포나루 새우젓 축제’ 개최 소식을 접한 서울마니아가 ‘ㅋㅋ’ 웃음 표시를 단 것. “새우젓축제도 있네” 하는 식의 의아함 때문에 웃었으리라.

그런데 더 의아한 것이 있다. 이 축제를 기획한 총감독 류재현 씨(45). 그는 2001년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티켓 한 장으로 홍익대 앞 클럽들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클럽데이’ 같은 홍익대 앞 문화행사부터 국내외 유명 클럽 DJ들이 참가하는 ‘서울 월드DJ 페스티벌’, ‘하이서울 페스티벌’ 등 대규모 문화행사를 기획해왔다. 그런 그가 2년 전부터 새우젓축제 연출자로 변신했다. 홍익대 앞 인디문화, 클럽문화 최전방에 섰던 그가 새우젓축제를 만들었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뜬금없다”는 반응부터 보인다. 그러면서도 “‘홍대스러운’ 새우젓축제가 나오겠다”라며 기대하는 것은 왜일까. 8일 오후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에서 류 감독을 만났다.

○ 클럽데이 제작자의 새우젓축제 도전

제3회 한강 마포나루 새우젓 축제’ 행사를 ‘클럽데이’ 같은 홍익대 앞 문화 행사를 기획한 류재현 씨가 맡아 화제다. 사진 제공 마포구
제3회 한강 마포나루 새우젓 축제’ 행사를 ‘클럽데이’ 같은 홍익대 앞 문화 행사를 기획한 류재현 씨가 맡아 화제다. 사진 제공 마포구
은은한 백열등, 예술가의 공간임을 보여주는 근사한 조형물이 있을 줄 알았지만 그는 누런 형광등이 켜져 있는 허름한 빌라에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나타났다. 그는 얼마 전 경기 광주시에서 샀다는 ‘씨앗통’을 보여주었다. 이번 축제 때 ‘조선시대 전통 물품 150점 체험’ 프로그램에 내놓을 물건 중 하나. 그 옆에는 DJ 턴테이블과 ‘아이팟터치’ 등 디지털 기기들이 놓여 있었다. 그는 “내 방 모습이 새우젓축제의 단면”이라고 말했다.

“감독 제안을 받았을 때 무지 황당했죠. 그런데 과거 각 지역특산물을 실은 배가 드나들었던 마포가 현재는 ‘문화포구’로 변했다는 것이 재미있다고 느꼈어요. ‘홍대 앞’은 잘 알지만 ‘마포’에 대해서 잘 모르는 젊은 세대에게 ‘새우젓축제’도 재미난 문화콘텐츠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죠.”

류 감독이 강조한 것은 전통문화와 현대문화의 접목이다. 16, 17일 오후에 있을 ‘일렉트로닉 강강술래’는 진도군 소포리 어르신들의 ‘강강술래’ 내레이션에 홍익대 앞 클럽에서 유행하는 ‘일렉트로닉’ 리듬에 맞춰 신·구세대가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다. 또 15일 낮 12시에는 풍속화가 이서지 선생의 ‘풍속화집’에 있는 선조들의 생활상을 수십 명이 ‘플래시몹(순간적으로 모여 미션을 수행한 뒤 흩어지는 것)’을 하는 ‘마포나루 전통재현 플래시몹’도 마련했다.

○ 홍대 클럽 유행 음악에 강강술래

마포구는 이번 행사에 20만 명이 다녀갈 것으로 내다봤다. 전남 신안군을 비롯해 인천 강화군과 소래포구, 충남 논산시 강경읍, 충남 홍성군 광천읍 등 5개 지역 16개 새우젓 판매업체가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축제를 위해 공수된 새우젓은 서울시내 전통시장보다 20% 싼 산지가격(kg당 특품 4만 원, 상품 3만 원, 중품 2만5000원)으로 판매한다.

류 감독은 “마포구 한의사협회 소속 한의사들이 ‘허준’처럼 진맥도 짚어주고 구내 미대생들이 참여해 동양화 그리기 체험 행사를 여는 등 ‘체험’을 주제로 한 지역문화가 우선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9년 서교동으로 이사 온 후부터 홍익대 앞 문화기획가로 활동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행사가 무엇인지 계속 아이디어 내는 일, 그게 홍익대 앞을 부흥시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2, 제3의 새우젓축제를 많이 만들어야죠.”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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