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지리산 구조견 청솔이 “은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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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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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7일 오후 3시 반경 전남 순천시 황전면 봉성산 골짜기. 독일산 셰퍼드 한 마리가 “컹컹” 짖었다. 셰퍼드 옆에는 김모 씨(78)가 쓰러져 있었다. 이날 오후 1시경 실종 신고를 받고 출동한 전남소방본부 순천소방서 산악구조대 구조견 ‘청솔이’(사진)가 김 씨를 찾아 낸 것. 김 씨는 자녀 등 가족 5명과 함께 벌초하러 왔다가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탈진했다.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청솔이 덕분에 생명을 건졌다.

청솔이는 2005년 1월부터 지리산 산악구조견으로 활동해 왔다. 6년 동안 46차례 인명구조에 나서 5명의 생명을 구했다. 119구조견경진대회에서는 무려 5차례나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인명 구조견에게 필수적인 상황 판단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조대원들과도 가족 같은 정을 나누고 있다.

지리산을 누비며 등산객 안전을 책임지던 청솔이는 다음 달 초 구례군 광의면 산악구조대 사무실에서 조촐한 ‘은퇴식’을 할 예정이다. 청솔이는 올해 사람으로 치면 환갑인 열 살이 되면서 체력과 집중력이 크게 떨어졌다. 특히 구조 과정에서 지리산 곳곳을 뛰어다녀 심각한 관절염까지 앓고 있다. 산악구조대는 제주도에서 활동하던 인명 구조견이 올 6월경 갑자기 폐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청솔이의 은퇴를 결정했다. 청솔이가 은퇴하면 데려가 키우겠다는 애견가나 단체가 벌써 3곳이나 나왔다. 6개월 전부터 청솔이와 호흡을 맞춰온 조세훈 소방교(38)는 “그동안 고생한 청솔이가 20여 일 뒤 은퇴를 하면 편안한 여생을 보내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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