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경기도교육감에 대한 무죄선고 배경에는 징계의결요구를 유보한 시점의 상황에 대한 재판부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징계를 요구한 당시에는 교사들의 시국선언 행위를 놓고 논란이 많아 김 교육감으로서는 명백한 징계대상인지 판단할 근거가 부족했다고 본 것이다.
○ 김 교육감 “대법원 판결 존중”
재판부는 김 교육감의 유보 결정 직후 시국선언 교사에게 내려진 2건의 무죄판결 선고를 언급하며 “김 교육감의 견해가 독단적이지 않았음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피고인의 결정 이후 각급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한 사례가 많다고 해 소급해서 징계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판결에서는 교육감의 징계 재량권을 상당 부분 인정했다. 재판부는 “교육기관의 장은 검찰의 범죄처분결과통보서를 받더라도 충분한 조사를 거쳐 징계의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판단할 재량권이 있다”며 “이는 공무원의 신분상 불이익과 생존권을 감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김 교육감의 결정이 징계 거부가 아닌 유보임을 분명히 했다. 김 교육감 역시 대법원 확정 판결에 대한 존중 의사를 재확인했다. 그는 “향후 대법원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재판부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상당히 잘못된 판단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장과 범죄처분결과통보서 자체가 징계위원회 회부의 명백한 사유로 교육공무원징계령에 명시돼 있다”며 “(교육감은) 징계 회부에 대한 재량권이 없으며 잘잘못은 징계위가 판단할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 확정 판결 때까지 징계를 계속 유보하면 징계시효(2년)가 지나 인정이 안 된다”며 “이는 징계 절차 관행을 무너뜨린 사례로 징계규정이 사문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논란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판부는 “징계를 안 했다거나 내부 경고로 그쳤다면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지만 유보행위는 징계 형평성을 확정적으로 침해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을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교육청은 지난해 말 14명 해임, 41명 정직, 1명 감봉 등의 징계의결을 한 상태여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교과부-진보교육감 갈등 확대?
앞으로 교육과학기술부와 일부 진보 교육감들 간의 갈등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사한 사안으로 교과부가 징계를 요구하더라도 교육감들이 이번 판결을 들어 징계를 유보하고 나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이날 오후 무죄판결이 선고된 직후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검찰의 항소와 2심 판결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밝혔으나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김 교육감 지위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경기도교육청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또 앞으로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등 주요 사업의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상 첫 진보 성향 교육감으로서 김 교육감의 위치는 더욱 확고해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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