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들이 경남 창녕군과 함안군 칠북면 사이를 잇는 ‘낙동강 살리기 18공구’ 함안보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호우에 따른 공사장 훼손을 막기위해 함안보 공사장 주위를 둘러친 가물막이 내부에 물을 채워둔 상태여서 가물막이 안에는 아직 흙탕물 30만 t이 남아 있었다. 창녕=최재호 기자
#1. 20일 오전 경남 창녕군 길곡면 낙동강 함안보(洑) 공사현장. 폭우가 그친 지 며칠이 지났지만 보를 둘러싼 ‘ㄷ’자 모양의 가(假)물막이(보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물길을 우회시키려고 임시로 설치한 철제 구조물) 3분의 2 지점까지 흙탕물이 차 있었다. 인부 10여 명이 흙탕물을 빼내기 위해 가물막이 주변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2. 같은 날 오전 경남 창녕군 이방면 낙동강 합천보 공사현장에서 하류 방향으로 약 1km 떨어진 곳에는 강 중간에 준설토가 그대로 노출돼 집중호우의 상처가 남아 있었다. 합천보 주변에 한국농어촌공사가 시행 중인 농경지 리모델링 공사장도 곳곳이 거대한 웅덩이로 변했다.
#3. 경기 여주군 강천보, 전남 나주시 죽산보와 승촌보, 충남 공주시 금강보, 경북 구미시 구미보 등 다른 공사현장은 비교적 평온했다. 여주군 관계자는 “과거 몇 차례 남한강 준설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가 비로소 제대로 준설을 하게 됐다”며 “장마 때마다 물이 범람할까 봐 가슴 졸이는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 전국에 걸친 집중호우로 4대강 살리기 일부 사업구간이 물에 잠기는 바람에 공사가 중단돼 이 시점의 4대강 공사가 적절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마철인데도 공사를 강행해 홍수 피해를 키웠고 환경을 오염시켰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하천공사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 4대강 사업이 홍수피해 키웠나
환경단체들은 함안·합천보가 물에 잠기고 공사현장 임시도로가 쓸려가는 등 속도전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고 홍수 위험도 높였다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과 시민환경연구소, 4대강사업저지 경남운동본부 등은 19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낙동강 함안·합천보 설치를 위한 가물막이로 인해 홍수 위험이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낙동강 폭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는 가물막이가 정상적인 물 흐름을 막아 범람 위험을 키운다”며 “건설현장 준설토 야적과 공사 자재 등도 병목현상을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 측은 “가물막이가 물에 잠기고 임시도로가 무너졌다고 침수 피해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홍수로 일정 수준 이상 수위가 올라가면 가물막이 안에 물을 채워 가물막이 안팎이 같은 수압을 유지하도록 하는 게 기본설계 개념이라는 것. 하천 내에 설치된 공사용 도로인 임시도로도 수위가 올라가면 물에 잠기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홍수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가물막이로 인해 일부 물 흐름에 영향이 있었겠지만 오히려 준설로 하천 내 물주머니가 커져 안전해졌다고 맞섰다. 국토부 관계자는 “낙동강 전체 준설 계획량 4억 m³ 가운데 현재 약 8500만 m³를 준설해 임하댐 홍수조절량(8000만 m³)만큼 용량을 확보한 셈”이라며 “과거 동일한 강우조건과 비교하면 홍수 피해가 줄었을 것으로 보이며 차후에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 준설토 유실 문제없나
집중호우로 준설토가 비에 씻겨 내려가 낙동강이 시뻘건 황톳물로 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환경운동연합 등은 “건설현장 주변에 쌓아둔 준설토가 호우로 유실돼 강물의 탁도가 높아졌다”며 “유실된 준설토에는 중금속과 유기화합물이 포함돼 수생 생태계를 황폐화할 뿐 아니라 취수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측은 “둔치 적치장의 준설토는 이미 다 치웠고 지적된 부분은 하천의 제방 안에 있는 둔치 침사지(수질을 정화시키기 위한 시설)에 쌓아놓은 것”이라며 “이는 원래 하천 바닥에 있거나 준설해 둔치 침사지에 옮겨놓거나 호우가 발생하면 일부 떠내려가기는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따라서 이번 장마에 발생한 흙탕물은 집중호우 때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수준이라는 것. 중금속 오염 논란에 대해서도 “측정 결과가 토양보전법 기준 이내여서 문제없다”고 덧붙였다.
○ 본류보다 지류가 문제인가
환경단체는 이번 호우에도 본류보다 지류에서 피해가 많이 발생했다며 4대강 공사는 선후가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호우로 경남 함안군 일대에서 농경지 일부와 도로가 침수된 것은 낙동강 지천인 광려천 물이 늦게 빠진 탓이라며 지류공사가 급하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지류가 피해를 봤다고 본류 공사를 하지 말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낙동강 본류를 정비하면 홍수위가 낮아져 지류 수위도 낮아지는 등 본류 및 지류의 피해를 모두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며 “본류 퇴적물로 강물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면 물이 지류 쪽으로 역류해 본류와 지류 모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 경남1지구 건설단 관계자도 “피해지역은 함안보 높이인 5m보다 낮은 해발 4.5m의 저지대여서 상습 침수지인 데다 함안보 공사장 하류가 아닌 상류에 있어 함안보 공사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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