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지자체, 아동성폭력 예방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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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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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서구 등 어린이집-초등교 150곳서 11월까지 예방 교육 실시

7일 오전 대구 달서구 월성동 예림유치원에서 동화책을 활용한 아동 성폭력 예방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제공 달서구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7일 오전 대구 달서구 월성동 예림유치원에서 동화책을 활용한 아동 성폭력 예방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제공 달서구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7일 오전 11시경 대구 달서구 월성동 예림유치원. 40여 명의 아이들이 대형 모니터에 등장한 동화책 그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말해도 괜찮아’라는 주제의 동화는 미국의 제시카라는 아홉 살 소녀가 실제 겪은 성폭력 사건을 다룬 것이다. 동화책 속 그림 역시 제시카 양이 직접 하나하나 그린 것. 어머니에게 성폭력을 당한 사실을 말하고 슬퍼하는 장면이 나오자 아이들 모두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동화 속 어머니는 “말해줘서 고맙다”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 교사는 “누군가가 자기 몸을 만졌을 때 싫은 느낌이 들었다면 부모님에게 꼭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수업에는 동화 외에 어른 인형과 자동차 모형도 등장했다. 실제 아이들이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건드리거나 모르는 사람이 다가올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박희정 아동성폭력 전문 교사는 “7세 미만 아이들은 성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에 쉽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신체 접촉에 대한 좋은 느낌과 나쁜 느낌을 분명히 알고, 만약 싫다면 구체적으로 ‘만지지 말라’는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고 말했다.

이날 학부모를 위한 ‘찾아가는 성교육’ 행사도 열렸다. 학부모들에게는 성교육이 본질적으로 남녀의 애정교육이고 사랑교육이라는 점과 가정에서 부모가 성교육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총 30쪽으로 구성된 교육 책자도 배포했다. ‘부모 성관계를 본 아이에 대한 교육’ ‘엄마는 언제 아기를 만들어요?’ 등 호기심 많은 아이들의 성에 대한 질문에 대처하는 방법이 많은 인기를 얻었다. 교육에 참여한 정미숙 씨(31)는 “성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게 돼 유익했다”고 말했다.

최근 아동 성폭력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를 예방하기 위한 지자체 아동 성교육 행사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대구 달서구는 10월까지 지역 내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등 123곳을 방문해 학부모를 대상으로 ‘수호천사 엄마 아빠’ 교육을 실시한다. 가정에서 성에 대한 존엄성을 알려주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교육을 부모들이 할 수 있도록 방법을 제시한다. 교육은 학교폭력 예방 및 성교육 전문교육기관인 ‘로하스 교육연구소’에서 맡았으며 달서구는 관련 교재를 발간해 교육효과를 높이고 있다. 이상현 달서구 평생학습과장은 “학부모들의 관심이 크다”면서 “동 주민센터에서 행사를 홍보토록 해 참여자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구 남구는 ‘우리 몸은 소중해요’를 주제로 11월까지 지역 내 어린이집 30곳을 대상으로 아동 성폭력 예방교육을 한다. 교육은 인형극과 성폭력 예방 노래 및 율동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또 부모를 대상으로 한 ‘알쏭달쏭 우리아이 성교육’도 9월경 실시할 예정이다.

이 밖에 대구 수성구보건소는 매주 화 금요일 건강체험터에서 아동 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6일 현재 약 300명의 아동이 교육을 받았다. 11월까지는 1400여 명이 다녀갈 예정이다. 신경채 담당자는 “앞으로 어린이집 교사를 대상으로도 교육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호숙 청소년폭력예방재단 대구지부장은 “아동에게는 성이라는 주제 자체가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전문가들의 교육을 통해 부모와 아이들이 스스로 대안을 제시하고 성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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