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2011년 500∼1000원 인상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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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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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원 올린지 7년만에 검토

성인男 흡연율 OECD 최고
복지부 “감소 효과 기대”

정부가 내년에 담뱃값을 500∼1000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담뱃값 인상은 2004년 500원이 인상된 이후 7년 만이다.

보건복지부의 ‘흡연율 감소를 위한 금연정책 추진 방향’ 문건에 따르면 “국내 담뱃값이 선진국의 20∼30%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2008, 2009년 흡연율이 상승 추세로 돌아선 만큼 가격정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재희 복지부 장관도 3일 한국정책방송과의 대담에서 “서민의 부담을 우려해 담뱃값 인상을 억제해 왔지만 비가격 정책이 한계에 부닥쳤다”며 “내년에 담뱃값을 인상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인상폭은 2004년 이후 실질구매력이 25.6% 상승한 것을 감안해 500∼1000원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2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는 △담배소비세 641원 △지방교육세 320.5원 △부가가치세 227원 △국민건강증진기금 354원 △폐기물부담금 7원 등 모두 1549.5원의 세금 및 부담금이 부과된다. 복지부는 이 중 국민건강증진기금 부담금을 올릴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국의 구매력지수로 보면 적정 담배가격은 6100원”이라며 “가격 인상폭이 클수록 흡연율 감소 효과가 높아지지만 대폭 인상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술·담뱃세 인상을 포함한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가 여론의 역풍으로 무산된 바 있다.

복지부의 인상 검토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성인남성 흡연율이 최고 수준인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7일 발표된 ‘상반기 흡연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남성 흡연율이 42.6%, 성인여성 흡연율이 2.8%였다. 국내 성인남성 흡연율은 수년간 40%대에 머물러 있다. 이는 미국(17.1%), 캐나다(20.3%)는 물론이고 프랑스(30%), 일본(40.2%)보다도 높다.

이에 OECD는 최근 한국에 유난히 낮은 담뱃세를 인상해 흡연율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2004년 담뱃값을 인상한 뒤 성인남성 흡연율은 13.7%포인트 떨어졌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담뱃값이 10% 오르면 흡연율이 평균 4%포인트 낮아진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담뱃값을 500원 정도로 찔끔 올리면 흡연율 감소에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이번 ‘상반기 흡연실태 조사’에서도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겠다고 응답한 가격은 8510원이었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은 “담뱃값 인상만으로는 흡연율 감소를 기대하기 힘들고 인상분을 금연정책에 재투자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금연치료의 보험적용 등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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