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항? 은신? 극단선택?…前여수시장 17일째 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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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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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혐의로 경찰피해 도주
행방 묘연… 온갖 說난무

“여수 엑스포 만신창이”
시민들 “빨리 출두해야”

오현섭 전 전남 여수시장(59)의 행방이 17일째 오리무중이다. 야간경관사업 비리에 연루돼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인 오 전 시장은 지난달 행방을 감춘 뒤 종적이 묘연해 그의 행적을 놓고 온갖 설(說)이 난무하고 있다.

여수지역에서는 오 전 시장이 이미 밀항을 해 외국으로 빠져나갔다는 소문에다 여수 앞바다의 수많은 섬 가운데 한곳에 은신처를 마련해놓고 숨어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돌고 있다. 심지어 경찰 수사에 큰 정신적 충격을 받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으리라는 말까지 나돈다.

오 전 시장을 마지막으로 본 목격자는 운전사인 정모 씨(31). 지난달 19일 오 전 시장이 “지인 결혼식에 참석하러 광주에 가야 한다”고 해 여수를 출발한 뒤 전남 담양군 창평면에 내려준 것이 마지막 행적이다. 오 전 시장은 다음 날인 지난달 20일 밤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와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출근을 하지 못하니 휴가 처리하라”고 했다. 이후로 오 전 시장을 본 사람도, 연락을 받았다는 사람도 없다.

오 전 시장은 지난달 21일 시청 집무실에서 야간경관사업 비리를 수사해 온 경찰청 특수수사과 경찰관들과 만나기로 했으나 출근하지 않았다. 자신을 체포하러 온 경찰을 피해 잠적한 것. 이날 전남 나주지역에서 그의 휴대전화 신호가 잡혔지만 이후 전원이 꺼졌다.

경찰은 전남 곡성과 구례에서 “오 전 시장을 봤다”는 제보를 받고 추적에 나섰지만 행적을 찾지 못했다. 또 종교시설에 잠적해 있다는 소문이 있어 확인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검거 전담반을 구성해 오 전 시장의 행방을 찾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오 전 시장이 연루된 야간경관조명사업 비리는 지난달 19일 여수시 김모 전 국장(59·여)이 N사로부터 뇌물 3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표면화됐다. 경찰은 3억 원 가운데 1억여 원이 오 전 시장의 친척인 주모 씨(67)에게 건네진 뒤 여수시 의원들에게 흘러간 정황까지 파악한 상태다.

경찰은 현재 오 전 시장의 가족을 설득하고 있다. 지인들에게는 “도피를 도우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전달해 오 전 시장이 스스로 나타나도록 압박하고 있다.

전임 시장이 비리에 연루돼 행방을 감추고 시의원 여러 명이 연루됐다는 의혹 때문에 여수 민심은 흉흉하다. 여수 시민들은 “여수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오 전 시장 재임 당시 적극적으로 지지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여수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방자치개혁 및 비리척결을 위한 범대책위원회 결성을 준비하며 비리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8일부터 여수시청, 여수시의회, 민주당 여수갑을 지역사무소 등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김태성 여수시민협 사무국장은 “여수엑스포가 675일 남은 시점에서 여수가 뇌물게이트로 만신창이가 됐다”며 “여수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도 비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수=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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