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인사 오나” 서울교육청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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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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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내게 선물 준 사람들 엄중조치… 학교 비리고발 사례 모아라”
“시설공사-운영비리도 척결”…일선 학교까지 초긴장 상태

취임을 눈앞에 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사진)의 동아일보 인터뷰가 보도된 29일 서울시교육청은 발칵 뒤집혔다. 곽 당선자가 “나한테도 교육청 관계자 6명이 샴페인, 갈비, 화분 등을 들고 찾아왔었다. 그런 사람들은 엄중히 인사조치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본보 29일자 A5면 참조
교육희망넷 토론회 간 곽 당선자, 공약 언급않고 간단한 인사말만…


교육청 관계자들은 “6명이 누구냐” “곽 당선자가 6명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라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일부 직원들은 손을 꼽아가며 ‘예상 명단’을 따져보기도 했다. 그러나 곽 당선자의 의견은 비단 선물을 들고 온 6명뿐만 아니라 비리를 저지른다는 소문이 파다한 인사를 찾아내 ‘경고성 인사조치’를 한다는 것이어서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취임 이후 9월 인사에서 대규모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예고 아니겠느냐”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불안은 교육청 내부뿐만 아니라 일선 학교에서도 확대되고 있다. 곽 당선자는 “인사뿐만 아니라 학교 공사와 운영의 비리도 뿌리 뽑아야 한다”며 “시민·학부모 감사제도를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곽 당선자가 최근 “그동안 내부 고발자들이 제보한 학교 비리를 모아 놓으라”고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에 특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선 학교는 초긴장 상태다.

곽 당선자 인수위의 박상주 대변인은 “곽 당선자가 최근 공약이행분과위원회 업무보고 시간에 감사담당관실의 부실한 보고를 꼬집으며 학교 비리를 제보한 내부 고발자들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질의했다”고 말했다.

곽 당선자는 이날 비리고발센터와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등의 운영 상황을 정리한 A4용지 3장 분량의 감사담당관실 보고서를 보고 이례적으로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 당선자는 “내부 고발자들이 비리 제보 뒤 전부 ‘왕따’가 되거나 쫓겨나고 있는데 그 실태 파악은 해봤느냐”며 호통쳤다.

곽 당선자는 서울 양천고 재직 중 학교재단 비리를 고발했다가 해직된 김형태 씨(46)를 특별히 언급하며 내부 고발자들이 제대로 보호될 수 없는 구조적 이유가 뭔지, 교육청에서 접수한 투서들은 어떻게 정리되고 있는지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2009년 4월 양천고에서 해직된 뒤 6·2지방선거에서 서울시교육의원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김 당선자는 선거기간 곽 당선자와 함께 선거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사학재단 비리야 곽 당선자께서 잘 해결해주시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곽 당선자는 비리척결 원칙을 투명성과 참여성에 둔다는 방침이다. 교육 행정에 외부 인사의 참여 비중을 높여서 투명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곽 당선자의 교육비리 척결에 대한 교육계의 기대는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곽 당선자는 교육청 내부에 잘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교육 비리에 대해서도 온정주의식 대응을 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는 예상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교육청 내부 사정을 잘 모르면 뿌리 깊은 비리 구조에 어두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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