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미디어워치]느려터진 美 인터넷이 ‘TGiF 혁명’ 일등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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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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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40여 년 전 미국에서 시작됐다. 미국은 인터넷 종주국이지만 인터넷 환경은 세계 최고 수준에 못 미친다. 미국의 인터넷 속도와 보급률은 체코나 루마니아보다 떨어진다.

미국의 인터넷 환경은 중위권에 속하지만 웹을 기반으로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보기술(IT) 기업은 거의 예외 없이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 트위터(Twitter) 구글(Google) 아이폰(iPhone) 페이스북(Facebook)처럼 미국 기업이 만들어낸 서비스는 디지털 미디어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이들의 머리글자를 딴 TGiF의 시대가 온 것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호에서 미국의 부실한 인터넷 환경이 오히려 구글 같은 혁신 기업이 출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TGiF 패러독스’라고 부른다.

국가차원 초고속망 투자 적어


올 3월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는 앞으로 10년 안에 미국 전역을 초고속통신망으로 연결하는 광대역통신망계획(NBP)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모든 미국인들이 초당 4메가비트(Mbps)의 속도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NBP는 200억 달러가 투입되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통신망 건설 계획이지만 인터넷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목표 수준이 너무 낮고 기간도 오래 걸린다.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대 사이드(SAID) 경영대학원이 세계 각국의 인터넷 속도와 보급률을 조사한 결과 미국은 15위였다. 1, 2위는 각각 한국과 일본이 차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은 94%에 이른다. 반면 미국은 국민의 65% 정도가 초고속통신망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미국은 한국 등 인터넷 선진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한국과 일본은 인터넷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인프라 구축에 정부 예산을 대거 투자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인터넷은 개인의 문제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지 않고 통신망 사업자에게 맡겼다.

미국에서는 통신망을 가진 전화회사와 케이블회사만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다양한 인터넷 사업자가 기존 통신망을 공유하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한국과는 다르다. 경쟁이 제한되다 보니 미국의 통신망 사업자들은 인프라를 구축하고 업그레이드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열세 극복하려 혁신적 발상

한국과 일본이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는 동안 미국 IT 기업들은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 인프라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를 해왔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는 어도비 플래시 방식으로 동영상 파일을 올리고 재생하는 기술을 개발해 인터넷 속도가 느린 점을 극복했다. 이들이 만들어낸 서비스는 세계 IT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2000년대 초 형성된 미국 벤처 시장은 혁신 기업이 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구글은 인터넷 이용자들이 입력하는 연간 수천억 건의 검색어와 검색결과를 바탕으로 사회적 동향과 소비 심리를 예측하는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정보를 나누며 소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특정 집단의 정치적 선호도나 여론 동향을 파악하는 데 쓰이고 있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해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개발자와 수평적 관계를 구축하고 충성도 높은 이용자를 확보하는 전략으로 성공을 거뒀다.

미국의 초고속통신망 계획은 당분간 큰 진전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통신망 사업자들이 새로운 사업자가 진입해 인프라를 공유하는 데 거세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4월 미 항소법원이 FCC는 통신망 사업자를 규제할 권한이 없다는 판결을 내린 것도 큰 타격이 됐다. 앞으로 미국의 인터넷 인프라 확충 노력이 어떻게 진행될지, 이 같은 노력이 제2의 구글 같은 혁신 기업 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정미경 기자 언론학 박사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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