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입니다” 급전유혹 눈속임광고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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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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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금융사 이름 표절한 대부업체 활개

《‘신한금융 상담원 이○○입니다. 고객님은 최저금리로 당일 1000만 원 송금 가능한 고객입니다….’ 직장인 김모 씨(36)는 최근 이 같은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때마침 급히 돈이 필요했던 김 씨는 자신이 자주 거래하던 은행이 보낸 거라 믿고 전화를 걸었다. 상담원과 통화를 하던 중 이상해서 “제가 거래하는 은행이 맞나요?”라고 물었다. 상담원은 그제야 ‘대부 알선업체’라고 실토했다. 김 씨는 “전화를 바로 끊었지만 그 뒤에도 비슷한 스팸 메시지가 계속 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미래에셋 연상 ‘미래’ 쓰는곳 서울서만 109곳
수수료 선입금 사기도… 명칭 규제 마땅찮아


유명 금융회사와 비슷한 이름을 내걸고 광고를 하는 사설 대부업체에 속는 피해자가 늘고 있다. 이런 대부업체들은 신한, 우리, 하나 등 유명 금융회사의 이름을 업체 이름에 포함시키는 수법으로 광고를 한 뒤 전화를 걸도록 유도한다. 특히 유명 금융회사라고 끝까지 믿고 대출을 받거나 대출 사기를 당하는 피해자들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에 사는 20대 여성 이모 씨는 지난해 10월 급히 500만 원이 필요했다. 이 씨는 때마침 자신이 주로 거래하던 은행과 이름이 비슷한 ‘하나금융’에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하나금융’이 ‘하나은행’이라 굳게 믿은 이 씨는 전화를 건 뒤 상담원의 요구에 따라 수수료 50만 원을 먼저 입금했다. 그러나 그 뒤로 아무 연락을 받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에 신고했지만 미등록 불법업체라 추적도 쉽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법 업체들은 점조직과 대포폰을 활용하기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에 정식 등록된 일부 대부업체도 유명 금융회사의 이름을 교묘하게 차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동아일보가 서울시로부터 ‘서울시 대부업체 등록 현황’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올해 4월 말까지 등록된 대부업체 6500여 개 가운데 국내의 대표적인 금융그룹 ‘미래에셋’을 연상케 하는 ‘미래’라는 이름을 쓰는 곳이 109개나 됐다. 노골적으로 ‘미래에셋’이란 단어를 업체 이름에 포함시킨 대부업체도 두 곳 있었다. ‘우리’를 내세운 업체는 85개, ‘국민’은 19개,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12개, 11개였다. 특히 지난해 9월 미소금융 확대 방안이 발표된 이후 미소금융을 떠올리게 하는 ‘미소’를 이름으로 쓰는 업체도 5개 있었다.

그러나 관련 법규는 대부업체들의 이런 ‘눈속임 광고’를 확실히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은 대부업체가 허위 과장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동일한 명칭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은행, 저축은행, 종합금융 등의 명칭만 사용하지 않으면 유명 금융회사의 이름을 일부 포함해 자유롭게 지을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4월부터는 대부업체가 등록할 때는 ‘대부’라는 단어를 상호에 꼭 넣도록 법률 개정안이 시행됐다. 대부업체가 이를 어기면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내야 한다.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은 미소금융과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휴면예금관리재단법률 개정안을 이달 4일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업체는 3년마다 재등록을 하기 때문에 법률 개정 전 이미 등록된 업체들은 남은 기간 기존 이름을 계속 쓸 수 있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서류 심사 때 적발되면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영업 취소를 하기도 하지만 ‘대부’라는 단어를 포함하더라도 교묘하게 이름을 바꾸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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