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교사가 복면 강도 가담… 알리바이 위해 범행후 근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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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폰-무전기 등 구입 치밀

현직 고교 교사가 고향 후배인 건설업체 사장을 도와 강도질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사채를 빌려 부동산을 매입한 뒤 자금난에 빠져 빚을 갚지 못하자 땅 매도인을 찾아가 흉기로 위협하고 돈을 빼앗은 혐의(강도상해 등)로 J건설 대표 배모 씨(31)와 배 씨의 고향 선배 이모 씨(32·서울 모 고교 체육교사), 배 씨의 고향 친구 전모 씨(31·무직)를 구속했다. 범행을 사전에 모의한 송모 씨(31)는 불구속 입건했다. 송 씨도 배 씨의 고향 친구다.

경찰에 따르면 배 씨 등은 지난달 2일 오전 10시 20분경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김모 씨(71·여) 오피스텔에 복면을 하고 들어가 김 씨와 남편(65)을 마구 때리고 흉기로 위협해 현금 1600여만 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배 씨는 올 1월 김 씨 소유인 시가 70억 원 상당의 부동산 매입계약을 체결한 뒤 사채 30억 원을 빌려 계약금을 냈다.

그러나 자금난으로 사채업자로부터 빚 독촉에 시달리자 이미 지급한 계약금을 빼앗기로 하고 고향 선배인 이 씨 등과 함께 범행에 나섰다. 이들은 범행 50여 일 전부터 대포차와 대포폰, 무전기, 복면, 마스크 등을 구입하는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또 범행 현장에서 김 씨 자녀와 손자의 사진, 이름, 연락처 등이 담긴 수첩을 빼앗아 “돈을 보내지 않거나 신고하면 가족들을 죽이겠다”며 협박했다. 김 씨 가족은 이들의 협박 때문에 거주지를 떠나 다른 곳에 은신해야 했다.

특히 현직 교사인 이 씨는 “30억원을 빼앗아 나눠갖자”는 배 씨의 제안을 받아들인 뒤 피해자를 미행하고 수업이 없는 날을 범행시간으로 고르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알리바이를 위해 범행 직후 현장을 빠져나와 차량으로 40분 정도 떨어진 학교로 돌아가 태연히 근무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용돈이 필요했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특별히 호화 생활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투자 명목의 돈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고양=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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