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단체장 선거에 비해 시도교육감 선거는 그동안 정중동(靜中動)의 흐름을 보였으나 D-30(2일)을 전후로 후보들의 움직임이 점점 분주해지고 있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처음으로 전국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선거다. 진보진영은 16개 시도에 모두 단일 후보를 내서 승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마다 보수 대 진보의 교육감 선거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최대 격전지는 역시 서울과 경기. 특히 서울에서는 12명의 후보가 난립하고 있어 유력 후보를 점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보수와 진보 진영에서 각각 서울시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추진했지만 이탈하는 후보들이 나타나면서 ‘반쪽 단일화’로 끝나게 됐다.
반면 경기도에서는 후보들 간의 단일화 작업이 서울보다 수월한 편이다. 진보진영은 이미 김상곤 현 경기도교육감을 단일 후보로 추대했고 보수진영에서도 강원춘 문종철 조창섭 후보에 정진곤 후보까지 참여키로 하면서 지난달 27일부터 단일화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진보진영에서는 서울과 경기도에서 모두 승리해 ‘MB 교육정책’을 저지한다는 계획 아래 보수진영보다 발 빠르게 단일화 작업을 추진해 왔다. 보수진영은 ‘이대로는 필패’라는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뒤늦게 후보 단일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후보들의 이합집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 단일화의 덫
300여 개 보수성향 시민사회단체 모임인 ‘바른교육국민연합(바교련)’은 여론조사와 바교련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합쳐 6일 단일후보를 발표할 계획이다. 바교련의 후보 단일화에는 당초 9명의 보수성향 서울시교육감 후보 중 7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바교련의 여론조사가 시작되는 3일 권영준 후보가 빠진 데 이어 4일에는 이상진 후보도 탈퇴를 선언했다. 결국 9명의 보수 후보 중 5명만 바교련의 단일화에 참여하고 4명은 단독 출마하게 된 것이다.
바교련은 처음부터 ‘반(反)전교조 교육감 후보’를 선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부 보수성향 후보는 반전교조 교육감으로 낙인찍히는 것을 우려하면서도 다른 단일화 추진 세력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교련의 진행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자 일부 후보들은 단일화에서 탈퇴했고 또 다른 후보들은 단일 후보 결정을 미룰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5명의 후보가 참여했던 진보진영 단일화도 박명기 이삼열 후보가 진행 과정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탈퇴하면서 반쪽 단일화로 끝났다. 단일 후보로 선정된 곽노현 후보는 오히려 진보진영 후보들에게 공격을 당하고 있다. 박명기 후보는 “시민 여론조사에서는 곽 후보가 3위에 불과했는데 운영위원 투표를 더하고 나니 1위가 됐다”며 곽 후보를 비난했다. 경기도는 일찌감치 김상곤 후보가 진보진영 단일후보로 결정됐다. 보수진영은 대통령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을 지낸 정진곤 후보가 단일화에 동참하면서 속도를 내고 있으나 아직은 단일화 원칙에 합의했을 뿐이다. ○ 곽노현-김상곤 연대 과시
곽노현 후보는 “서울은 곽노현, 경기는 김상곤”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곽 후보는 최근 김 후보 사무실을 찾아가 “5%는 서울의 지역 특성상 어쩔 수 없지만 95%는 김 교육감이 새로운 정책지표를 세워 두셨으니 열심히 따라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곽 후보에게 “열정적인 실천가로서 역량을 갖췄다”라고 화답했다.
진보진영은 ‘김상곤 바람’이 서울과 수도권 전체로 영향을 미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김 후보는 현직 경기도교육감이라는 프리미엄이 있을 뿐만 아니라 ‘무상급식’, ‘시국선언 전교조 교사 처벌 반대’ 등의 이슈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 경기도에서는 보수진영 후보들이 ‘반김상곤’을 구호로 내걸고 있을 정도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곽 후보는 김 후보와의 연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두 후보 간 대담을 개최하는가 하면 블로그, 트위터 등에서도 친분을 드러내고 있다. 곽 후보는 김 후보가 교육감으로 있는 경기도에서 지난해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었던 인연도 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법학교수 출신인 곽 후보는 교육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비판과 함께 “경기도와 환경이 다른 서울에서 ‘김상곤 따라하기’를 해서는 실패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김경회-이원희 단일화가 탈출구?
서울의 보수진영 교육감 후보 단일화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보수진영 후보는 5명, 진보진영 후보는 3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큰 보수진영 관계자들은 여전히 바교련의 단일화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바교련이 진행하고 있는 후보 단일화 대상 중에서 대중적 인지도가 가장 높은 인사는 김경회 후보와 이원희 후보다. 전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인 김 후보는 부교육감과 권한대행을 맡은 경험으로 서울교육 행정에 익숙하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을 지내다 출사표를 낸 이 후보는 최근 ‘무능 교사·교장 10% 퇴출’이라는 공약을 내걸고 학부모들을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교총 회장 시절에는 교원평가를 인사에 연계하는 방안에 반대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자기 ‘텃밭’을 무시하고 돌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보수진영에서는 “김 후보와 이 후보 모두 약점을 갖고 있지만 지금처럼 후보가 난립할 때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사람이 단일 후보가 돼야 진보진영 후보들을 이길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 서울, 두 여성 후보의 정치권 구애
이번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는 2명의 여성 후보가 출마하고 있어 최초의 여성 교육감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남승희 후보는 미국 워싱턴 미셸 리 교육감을 직접 만나고 오는 등 ‘한국의 미셸 리’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김영숙 후보는 덕성여중 교장 재직 시절 ‘사교육 없는 학교’를 만들어냈다는 점을 브랜드 삼아 ‘사교육 ZERO 100일’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두 후보는 정치권을 향한 구애에 적극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남 후보는 ‘오세훈 시장이 직접 뽑은 서울시 교육기획관 출신’이라는 점을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오 시장이 남 후보에게 지원의 몸짓을 보인 적은 없다.
김 후보는 한나라당이 지원하고 있다는 말을 홍보자료에 넣을 정도로 여권과의 친분관계를 과시했다. 정당의 교육감 선거 개입은 법이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 후보는 “한나라당이 나를 밀어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단언했지만 최근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다수의 한나라당 의원이 참석했다고 밝히는 등 여권과의 돈독한 관계를 계속 내세우는 모습이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 ‘교육’은 배고픈데 ‘무상급식’만 너도나도 “적극추진”… 차별화된 정책 대결 무산
이번 교육감 선거는 올해 초 격화된 무상급식 논란에 다른 정책이 묻혀버려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후보의 간판 정책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무상급식에 반대하던 보수진영 후보들도 무상급식의 국민 지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적극 추진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후 서울시에서 연이어 교육비리가 터져 나오자 후보들은 저마다 교육비리 대책을 내놨다. 대부분의 후보가 감사의 독립, 인사권의 분산 등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어 비리 대책에 있어서도 후보 간 차이가 별로 없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지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는 학교 자율화를 내건 공정택 후보와 이에 반대하는 주경복 후보의 정책 대결이 뚜렷했는데 이번에는 후보들의 정책에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선거에 이어 올해에도 교육감 후보의 정책 검증을 진행하는 ‘2010서울교육감 시민선택’의 홍인기 정책위원장은 “정책 비교가 지난 선거보다 어렵다”며 “일선 교육계 바깥의 인사가 다수 출마했다는 점도 교육정책이 빈약한 원인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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