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전용목욕탕, 대중목욕탕과 다를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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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8일 0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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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성산 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용구(45. 지체장애 1급)씨는 집 안 화장실이 좁아 제대로 씻을 공간이 없다. 용기 내어 샤워를 하려고 해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 하다. 지역 복지관이 운영하는 차량 이동 목욕서비스도 이용해 봤지만 비좁은 목욕 공간은 집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런 그에게 집 앞 상가 지하에 장애인 전용 목욕탕이 만들어졌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이처럼 장애인들의 씻을 권리에 대한 요구가 반영되면서 전국적으로 장애인 전용목욕탕이 늘어나고 있다. 김해, 부천, 고성에 1곳, 울산에는 5곳의 전용 목욕탕이 개설돼 운영 중이다. 올해 안에 전주에 1곳이 문을 열 예정이고 서울에는 지난해 11월 마포구에 첫 선을 보였다.

비장애인들의 불편한 시선 없이 마음 편히 자신의 몸을 공개할 수 있고 장애인들끼리 사교의 장도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애인 전용목욕탕은 호응을 얻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목욕 시설이나 저렴한 가격도 한 몫을 한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이춘희 팀장은 “목욕은 하고 싶은데 대중목욕탕을 이용하기가 부담스러워 여관을 빌려 욕조에서 때를 미는 장애인도 있다”며 “장애인 역시 청결에 대한 욕구가 기본적으로 있다. 자유롭게 원하는 시간에 쾌적한 시설에서 목욕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애인 전용 목욕탕은 더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전용목욕탕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시설보다도 전문적인 목욕 자원봉사자의 운영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한다. 특히 혼자 힘으로는 씻는 것 자체가 어려운 중증 장애인들에게 자원봉사자 없이는 전용목욕탕과 대중목욕탕이 별반 다를 것 없다는 주장이다.

김용구 씨 역시 장애인 전용목욕탕을 2번 이용한 뒤 발길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남자 목욕 자원봉사자를 구하기가 힘들어 전용목욕탕을 찾을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장애인들이 언제 어디서 방문하더라도 장애인 전용목욕탕에 상주해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이용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5개월간 1000여 명의 장애인과 150여 명의 중증 장애인이 마포 장애인 전용 목욕탕을 이용했다. 가족의 도움을 받아 목욕을 하는 지체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이 대부분이었다.

마포장애인종합복지관 이동목욕서비스 담당 김민혜 사회복지사는 “목욕 전문 자원봉사는 장애에 대한 특성을 파악할 줄 알아야하고 특히 체력이 좋아야 한다. 이런 조건을 갖춘 봉사자를 찾기가 힘들다. 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가진 자원봉사자는 여자가 대부분이라 성 문제와도 연결돼 있어 남자 장애인은 목욕탕을 이용하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임광희 동아닷컴 기자 oas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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