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모드공유하기
동아일보|사회

[천안함 인양]“내 아들은 왜 여기에도 없나” 시신 못찾은 8명 가족 통곡

입력 2010-04-16 03:00업데이트 2010-04-16 09:28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끼니 거르며 TV앞 지키다“공기 없다” 보도에 표정굳어사망자 차례차례 발표되자“모든 희망 사라져” 흐느껴
오열하는 가족들 15일 천안함 승조원 시신 임시 안치소가 마련된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로 이상준 하사의 시신이 운구되는 모습을 지켜보던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평택=사진공동취재단
“대호야, 대호야…. 빨리 데려가줘요. 우리 아들 내가 보면 알아요.”

서대호 하사(21)의 어머니 안민자 씨(52)가 갈라진 목소리로 힘없이 외치며 태극기가 덮인 관을 향해 힘겨운 발걸음을 옮겼다. 서 하사의 얼굴을 확인한 안 씨는 “대호야, 대호야!”라고 크게 외쳤다. 여군 둘이 부축해 옮기려 하자 “아무 말 안 하고 가만히 있을게요. 계속 얼굴 보게 해 줘요”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다 “우리 애가 기름범벅이야, 시신이 왜 새파랗냐. 대답도 안 하고…”라며 쓰러지는 안 씨를 결국 두 여군이 시신 안치소 옆 유족대기소로 부축해 앉혔다. 안 씨는 가슴을 치며 아무 말 못한 채 울고 또 울었다.

20일간의 기다림 끝에 ‘혹시나’ 하는 기대는 절망이 됐다.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에게 15일은 가장 길고도 가혹한 하루였다. 마지막 희망의 끈을 붙잡고 있던 가족들은 시시각각 발표되는 시신 발견 소식에 식음도 전폐하고 TV 앞을 지키다 끝내 무너져 내렸다. 경기 평택시 제2함대사령부 내 숙소는 통곡과 오열로 가득 찼다.

○ 생애 가장 길고 가혹한 하루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실종자 가족 숙소는 숙연했다. 전날 밤을 하얗게 새운 가족들은 대부분 아침을 걸렀다. 잠 한숨 못 잔 나현민 일병(20)의 아버지 나재봉 씨(52)는 “밥이 넘어가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족들은 실시간 보도를 보며 속을 태웠다. 인양을 앞두고 부대에 모인 500여 명의 가족들은 각자의 내실에 들어가 있거나 20∼30명씩 상황실에 모여 앉아 TV를 지켜봤다. 예상보다 작업 속도가 빠르다는 소식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가도 “선체 내 공기가 거의 없다”는 보도에 금세 어두운 표정이 됐다.

수색 현장에서 작업을 지켜보는 가족대표들은 시종일관 긴장된 표정을 잃지 못했다. 14일 현장에 도착한 이창기 원사(40)의 형 이완기 씨(43)는 “이 자리에 있다는 게 너무 힘들고 무섭다”며 울먹였다. 인양 관련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그는 “시신이 나왔는가 싶어 깜짝 놀랐다가도 또 ‘동생 시신이 안 나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불안해했다.

○ “내 아들 돌아왔다” 오열, 통곡

오후 1시경 첫 시신 발견 소식이 전해졌고 숙소의 적막이 깨졌다. 승조원 식당 쪽 통로에서 발견된 서대호 하사(21)를 필두로 10∼20분 간격으로 시신 발견 소식이 전해졌다. 숙소의 각 내실은 금세 울음바다가 됐다. 안동엽 상병(22)의 어머니 김영란 씨(54)는 아들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늘 물 위에서 생활하니까 땅을 밟고 싶다더니 이제 영원히 땅 위에서 데리고 있을 수 있게 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신선준 중사(29)의 아버지 신국현 씨(59)는 “나온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지” 하더니 연방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하며 울기만 했다.

그러나 이창기 원사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자 형 이완기 씨(42)는 “결국 동생이 형을 만나주지 않네요”라며 “시신이라도 찾은 가족들이 부럽다”고 안타까워했다.

사망자들의 소식이 속속 발표되고 곧이어 운구 소식이 이어지자 시신을 맞을 가족들은 하나둘 안치소가 마련된 의무대 쪽으로 발을 옮겼다. 의장대 20명, 의무대 소속 장병 50여 명, 그 외 제2함대 장교 및 부사관들 약 20명이 도열한 가운데 서 하사의 시신이 가장 먼저 도착했고 이어 이상준 하사(20), 방일민 하사(24)의 시신이 뒤를 이었다. 장병들은 엄숙히 거수경례를 했다.

동기생들이 운구 15일 오후 해군 의장대가 도열한 가운데 헬기로 경기 평택시 제2함대사령부에 도착한 천안함 승조원들의 시신이 운구되고 있다. 태극기에 싸인 시신을 운구하는 정복 차림의 군인들은 사망 승조원의 해군 동기생들이다. 평택=사진공동취재단
눈물이 다 말라버렸다던 가족들은 실종자들의 표찰을 붙인 구급차가 들어오자 소리를 지르며 통곡했다. 이 하사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내 새끼야, 내 새끼야” 하며 “엄마 한번 불러봐라” 하고 소리를 질렀다. 강현구 병장(21)의 할머니는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우리 새끼 제대하기만 기다렸는데 어떡해” 하고 차마 먼저 간 손자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20일을 기다렸지만 막상 실종자들의 주검을 본 가족들은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경수 중사(34)의 가족은 “말도 못한다. 지금까지 기다려 왔던 20일 동안 슬퍼했던 것보다 오늘 하루가 더 슬프고 힘들다”며 “희망이 사라지고 이제는 모든 악몽이 현실로 다가왔다”면서 흐느꼈다.

한편 이날 검안 과정에서는 애초 문영욱 중사의 시신으로 알려졌던 21번째 발견된 시신이 뒤늦게 김경수 중사의 시신으로 뒤바뀌는 일도 있었다. 문 중사의 시신은 제독소에서 33번째로 발견됐다.

평택=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동영상=처참한 함미…그들은 말이 없었다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댓글 0
닫기
많이 본 뉴스
사회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