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거리 곳곳 ‘주민이동 금지’ 현수막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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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제초소 지날때마다 소독

“날벼락을 맞은 기분입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 인생 기로에 선 것 같습니다.”

12일 구제역 오염지역인 인천 강화군 선원면 금월리 유재명 씨(37)의 한우농장. 3년 전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한우 사육에 전념하기 위해 낙향한 유 씨가 쓰린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숨만 내쉬었다. 이날 유 씨가 기르던 한우 176마리가 포클레인, 제독차량 등의 소음 소리를 들으며 모두 도살 처분됐다.

구제역 양성반응이 나타난 5개 축산농가에서 반경 3km 내 218농가 2만8000여 마리의 소, 돼지를 도살 처분해야 한다. 강화군은 12일 도살 처분 대상 우제류 2만5854마리(211개 농가) 중 12.2%인 3155마리(16개 농가)에 대한 도살 처분을 마쳤다고 밝혔다. 안덕수 강화군수는 “축산농가가 도살 처분에 적극 협조하기로 해 1, 2일 사이에 예방적 도살 작업을 거의 마무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제역 발생 지역에서는 주민 이동이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기자는 이날 구제역 첫 발생지인 금월리에 들어가는 동안 세 차례의 방역소독을 거쳐야 했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관계자가 방제초소를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선원면사무소엔 ‘재난재해현장지휘소’가 차려져 행정 공무원과 군경이 상주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마스크, 장화, 실장갑을 낀 채 분주히 움직였고, ‘주민들의 이동과 집회가 금지되니 협조바랍니다’라는 현수막이 거리 곳곳에 걸려 있었다.

고려 팔만대장경이 판각된 사적지인 선원사도 구제역 오염지역에 속해 절에 있는 소 3마리도 도살 처분해야 한다. 이들 소는 혀로 목탁 소리를 낸다는 ‘우보살’로 언론에 소개돼 부처님 오신 날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선원사 성원 스님은 “목탁 소리를 내 많은 사람이 신성시하는 소가 죽음을 피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화=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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