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탐지기 조사후 심경변화…어머니와 면담추진 부담 느낀듯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 김길태 입 열기 시작 왜?

앞서 수차례 범행에서도 재판이 끝날 때까지 범행을 철저히 부인했던 김길태 씨가 14일 굳게 닫았던 입을 열기 시작한 까닭은 무엇일까.

경찰은 이날 실시했던 거짓말탐지기와 뇌파검사, 어머니와의 면담 추진 등이 김 씨 자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과학적인 근거를 내세운 수사 방식과 김 씨의 ‘죄책감’을 자극하는 감성 작전 등 다각적인 수사 기법이 적절히 어우러져 결국 자백까지 이끌어 냈다는 뜻이다.

거짓말탐지기와 뇌파검사는 이날 오전 9시부터 두 시간 동안 부산지방경찰청 심리분석실에서 이뤄졌다. 경찰은 이 사건에서 가장 직접적인 증거인 살해 장소를 밝히기 위해 유력한 사망 장소 9곳을 김 씨에게 보여 줬다. 여기엔 김 씨가 전혀 모르는 7곳과 경찰이 살해 장소로 추정하고 있는 두 곳의 사진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이 양 집 안방 사진을 보는 순간 김 씨의 호흡과 맥박이 빨라졌다. 김 씨는 ‘모른다’고 답했지만 신체 변화는 숨길 수 없었다. 경찰은 모른다는 김 씨 답변이 ‘거짓 반응’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김 씨가 조사 뒤 직감적으로 ‘이제 서서히 끝이 보인다’는 것을 느낀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거짓말탐지기 조사가 끝난 오후 2시경, 김 씨는 갑자기 불안한 증세를 보였다. 처음 검거됐을 때와는 다른 초조하고 민감한 반응이었다. 경찰은 김 씨가 이날 오전 이후 큰 심경 변화를 일으켰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에서 주로 거론된 ‘프로파일러’가 등장한 것이 이때다. 경찰청 권일용 경위 등 프로파일러는 김 씨와의 면담에서 감정을 가라앉히고 결국 김 씨의 자백을 유도해 냈다.

어머니와의 면담 추진 역시 김 씨가 이번 범행을 자백한 결정적인 계기 중 하나로 꼽힌다. 김 씨는 경찰에서 어머니와의 면담을 추진하자 죄책감을 느낀 듯 완강히 거부했다. 길러 준 부모를 만나서까지 “죽이지 않았다”며 거짓말을 하는 것에 김 씨 역시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 동영상 =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김길태 범행장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