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환자 의약품 대란 오나

  • 동아일보

‘실거래가 상환제’ 발표후 병원 의약품구매 유찰 잇따라
“구매가 낮다” 도매상 입찰거부

정부가 지난달 약값 인하를 뼈대로 한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 도입 방침을 밝힌 이후 국공립병원의 의약품 공개 입찰이 잇따라 유찰되는 유례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충남대병원은 11일 의약품 1326종(연간 300억 원)에 대한 입찰을 진행했으나 모두 유찰됐다. 8일 서울대병원(2514종·연간 2000억 원), 9일 영남대의료원(1973종·연간 400억 원)에 이어 세 번째다. 서울대와 영남대는 16일 재입찰할 예정이지만 다시 유찰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병원은 재고가 한 달분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아 계속 유찰될 경우 의약품 공급 대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영남대의료원 관계자는 “당장 16일 계약이 안 되면 한 달 내에 의약품이 동날 것”이라며 “입원 환자들에게 의약품을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달 안에 입찰이 예정된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과 보훈병원도 똑같은 사태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유찰 사태가 빚어진 것은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를 도입해 병의원이 의약품을 건강보험공단의 약값 보험수가보다 싸게 구매하면 차액의 70%를 인센티브로 돌려주는 대신 해당 약품은 보험 약가를 최대 10% 내리기로 했기 때문. 복지부는 이 제도로 약값이 내려가고 리베이트도 근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1년에 10%씩 약값이 떨어지면 대부분의 제약사가 3년 이내에 공멸할 것이라며 반발해 왔다.

이번 입찰에서 충남대병원 등이 보험 약가보다 낮은 구매가를 제시하자 도매상들은 일제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내년에 보험 약가가 10% 인하될 것을 우려해서다.

민간병원도 국공립병원처럼 입찰로 의약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유찰 위험을 맞을 수 있다.

한 대형 병원 관계자는 “많은 병원이 재고 소진 한두 달을 앞두고 입찰을 진행하는데 국공립병원처럼 보험수가보다 낮게 계약을 원할 경우 유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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