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앞두고 지역감정 조장 루머-억측 기승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6일 03시 00분


“세무조사 호남기업에 편중” 소문에 국세청 “사실과 달라” 이례적 해명
“올 세무조사 2943곳 중 호남지역 기업은 186개뿐”
첨단의료기지 선정 놓고는 TK특혜론 대두
“전북엔 새만금… 전남은?” 역내 차별론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각종 루머와 억측이 나돌고 있다. 고질적인 영호남 대립 구도에 세종시 수정 문제와 여권 내 계파대립까지 얽히면서 소(小)지역주의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단적인 예가 ‘국세청 세무조사가 호남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소문이다. 급기야 국세청은 5일 백용호 청장의 지시에 따라 올해 진행할 정기 세무조사 대상의 지역별·규모별 선정 비율을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정기 세무조사 대상 2943곳 중 1103곳(37.5%)이 서울지방국세청 관할이고 인천 경기 강원을 관할하는 중부지방국세청은 819곳(27.9%)을 담당한다. 부산 울산 경남 제주를 담당하는 부산지방국세청이 398곳(13.5%)으로 뒤를 잇는다. 광주 전북 전남을 담당하는 광주지방국세청은 186곳(6.3%)으로 조사 대상이 가장 적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무조사 대상을 선정할 때는 지역의 경제규모, 법인 수, 조사 인력 등을 고려해 정한다”며 “호남지역이 집중적인 조사를 받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 정부 출범 전인 2007년 세무조사를 받은 대주그룹과 무리한 사업확장의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호그룹 등의 경영난을 예로 들며 ‘정권이 바뀌자 호남기업의 씨가 마른다’고 주장하는 소문이 일각에서 퍼져 나가고 있다.

또 정부의 세종시 수정 추진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역차별론’이 대구경북(TK) 지역에 퍼지고 있다. 특히 이동관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지난달 28일 기자들과 사적으로 만난 자리에서 “첨단의료복합단지 같은 경우도 이명박 대통령이 챙겨주지 않았으면 선정되지 못했을 프로젝트”라고 말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있은 뒤 다른 지역이 ‘TK 특혜론’을 제기하며 재선정을 요구하는 등 논란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고 있다.

대통령 홍보수석실은 “보도는 부정확한 전언에 따른 것으로, 이 수석은 그런 취지로 언급한 게 아니었다”면서 “대구경북 지역 언론이 처음에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에 ‘고맙다’는 반응을 보이다가 세종시 문제가 불거지자 갑자기 역차별을 거론하는 행태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이다. 또 그런 점에서 섭섭한 마음이 있는 게 사실이라는 정도로 개인 감정을 표현했을 뿐이다”라는 해명자료를 냈다. 이 대통령이 5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대구경북 업무보고에서 대구가 유치한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세종시로 옮길 것이란 루머를 거론하며 “왜 걱정을 하느냐.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한 것도 이런 현실에 대한 답답한 마음을 토로한 것이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각 정치세력이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듯한 양태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전남에선 “전북에는 새만금이 있지만 전남은 아무것도 없다”는 얘기가 돈다. 호남권 내 차별 논란인 것이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들은 호남고속철 공기를 앞당겨주고 포뮬러원(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 경기장도 해줬는데 어떻게 전남 홀대론이 나올 수 있냐고 반박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뇌연구원 입지 선정과 관련해서도 유치를 추진 중인 대구 인천 대전 등에서 “이미 특정지역이 내정됐다더라”는 루머가 나돈다. 청와대는 아직 구체적인 선정 작업에 착수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한편 이 수석의 ‘TK 발언’ 논란과 관련해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이 “야당을 포함한 일부 정치권이 이명박 정부와 TK 민심 사이를 이간질하는 비열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나선 것도 지역감정 논란이 지방선거에 미칠 파장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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