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재수는 장기전… 절대 안흔들릴 공부패턴부터 익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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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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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도전 끝 함박웃음 두 선배의 조언

[1] 새롭고 낯선 환경에 하루 빨리 적응
[2] 모의고사 집착 금물… 결과 활용이 중요
[3] 실패의 원인 반드시 찾아내 철저히 보완


《정유식 씨(20)는 2010학년도 입시에서 6년 장학금을 받고 성균관대 의예과에 합격했다.
지난해 대입에 실패한 후, 1년간의 재도전을 통해 성공의 열매를 따낸 경우다.
올해 서울대 사회과학계열에 합격한 신용훈 씨(20)도 ‘재수(再修)’를 거쳤다.
그는 2010학년도 수능에서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에서 만점을 받았다.당초 정 씨와 신 씨 모두 재수를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다.
고등학교 3년 동안 받은 스트레스를 1년 더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던 것.
‘그냥 점수에 맞춰 대학과 전공을 선택할까’ 하는 유혹도 강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1년만 더 고생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재수를 결심했다.
장래를 생각했을 때 1년을 더 투자하는 것은 아깝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정 씨와 신 씨.
이들이 재수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들어봤다.》

[성공비결 1] 처음 한 달 동안 새로운 공부습관을 만들어라!


“처음 재수생활을 시작했을 때 가장 어려웠던 건 공부방법, 범위, 시간 등 모든 걸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재수학원이라는 새롭고 낯선 환경에 빨리 적응해 새로운 공부방법을 익혀야 해요.”(정 씨)

본격적인 재수 생활을 시작한 정 씨는 고교 시절과 달리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함을 빨리 깨달았다. 수업 시작 시간과 자율학습 시간 등은 고등학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학습에 많은 자율성이 주어진 것. 수업시간에 늦어도, 수업에 들어가지 않고 자율학습을 해도 어느 누구도 간섭하지 않았다. 정 씨는 “이때 오로지 자신의 의지와 공부방법만을 믿고 기존의 방법을 고수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씨는 우선 학원 수업에 적응하기로 했다. 수업에 더 충실하기 위해 수업시간 30분 전인 오전 7시 반까지 학원에 갔다. 그 시간을 이용해 전날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 40분까지는 오로지 수업에 집중했다. 일부 학생은 강사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업을 듣는 대신 자율학습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 씨는 수업과 자율학습은 절대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수업시간에 빠지면 5000원’ ‘자율학습에 빠지면 1만원’ 등 친구들과 벌금을 정해 놓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하기도 했다.

신 씨는 먼저 기본적인 개념을 익히고자 5월까지 혼자 독서실에 다니며 공부했다. 하지만 막상 혼자 공부를 시작해보니 생활관리가 어려웠다. 고등학교 때처럼 주위에 항상 같이 공부하던 친구도 없고 일어나는 시간과 공부하는 시간 등에 아무런 제제가 없었기 때문. 신 씨는 시간을 관리하기 위해 몸에 익숙한 고등학교 때 생활패턴을 유지했다. 오전 7시에 일어나 오전 8시까지 독서실에 도착했다. 학교 수업처럼 ‘50분 공부 후 10분 휴식’을 지켰다. 기출문제를 풀기 전에 학교 수업시간에 정리했던 노트를 다시 정리하며 개념을 익히는 데 주력했다. 신 씨는 “재수라는 장기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년 동안 무너지지 않을 자신만의 공부패턴을 몸에 익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공비결 2] 모의고사 점수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마라!

정 씨와 신 씨는 “모의고사 성적에 집착하는 순간 슬럼프가 찾아온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 한번 실패한 기억 때문에 매월 치러지는 사설 모의고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따라서 모의고사 점수가 오르지 않으면 불안해져 공부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 반대로 점수가 올라도 문제가 발생한다. ‘이 정도면 문제없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려 유지해왔던 공부패턴이 무너진다는 것. 정 씨는 “특히 재수생의 경우 오랜 수험생활에 지쳐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 더 쉽고, 한번 무너진 공부패턴을 회복하기는 더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한달에 한번 보는 모의고사 ‘점수’에 의존하기보다 모의고사 자체를 활용할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정 씨는 모의고사를 이용해 실제 대학수학능력시험 컨디션을 점검하는 연습을 했다. 모의고사 전날에는 학원 수업이 끝나면 자율학습을 하지 않고 곧바로 집에 왔다. 소설이나 자기개발서 등 교과와 관련되지 않은 책을 읽으며 머리를 식히거나 반신욕을 하며 몸의 피로를 풀었다. ‘목표로 하는 의대에 합격한 모습’ ‘수능 전 영역에서 만점을 받은 모습’ 등 긍정적인 상황을 머릿속에서 연출하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정 씨는 “모의고사라고 무리해 공부하면 오히려 불안감과 초조함만 커져 효과가 떨어진다”며 “휴식을 취하며 실제 수능 전날에 대비해 심리상태를 안정시킬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신 씨의 경우 ‘선택과 집중’을 통해 모의고사를 점검했다. 문제를 틀린 원인을 ‘단순 실수’와 ‘새로운 유형’으로 구분했다. 단순 실수로 틀린 문제는 2, 3번씩 노트에 반복해 써가며 확실히 익히는 데 주력했다. 반면 새로운 유형 때문에 틀린 문제는 과감히 외면했다. 신 씨는 “사설 모의고사에서는 너무 어렵거나, 생소한 영어단어가 나오는 등 실제 수능에서 거의 출제되지 않는 유형의 문제가 나오기도 한다”며 “모의고사를 활용해 자신의 실수를 줄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 6월, 9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고사에서 출제된 새로운 유형의 문제는 반드시 점검해봐야 한다는 것이 신 씨의 조언. 이는 실제 수능에서도 신경향 문제로 나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성공비결 3] 실패한 원인을 찾고 철저하게 대비하라!

자신의 실패를 거울삼아 취약점을 철저히 보완한 것도 재수에 성공한 큰 요인 중 하나다. 신 씨와 정 씨는 “이미 실제 수능을 한번 경험했기 때문에 고3 때 보다 자신의 약점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신 씨가 이전 수능에서 실패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풀리지 않는 문제에 집착하는 성향이었다. 수리영역에서 한 문제를 푸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다 전체적인 페이스를 잃은 것이다. 신 씨는 수리영역 기출문제나 문제집에 나온 문제 중 어려운 문제를 따로 공부했다. 문제 당 4∼5분의 시간을 정해 놓고 문제를 풀었다. 만약 정한 시간 안에 풀지 못해도 집착하지 않고 일단 다음 문제로 넘어가는 연습을 했다.

정 씨의 취약점은 언어영역. 2009학년도 수능에서 네 개 영역 중 언어영역에서 유일하게 3등급(80점)을 받았다. 그는 하루에 1시간 반에서 2시간은 꼭 언어영역을 공부하는 데 투자했다. 5∼7년 동안 출제된 수능 기출문제, 평가원 모의고사 문제를 보며 ‘어떤 유형의 문제가 자주 출제되는가’ ‘어떤 분야(문학, 비문학, 시조 등)에서 자주 출제되는가’를 파악했다. 한 문제를 △문제의 보기 △지문에 나오는 용어 △지문의 전체적인 내용의 3가지 측면에서 분석해 모르는 부분을 점검했다. 특히 ‘낯설게 하다’ ‘관조적 자세’ 등 어려운 용어는 정확한 뜻과 함께 포스트잇에 써놓고 언제 어디서든 들고 다니면서 익혔다. 그 결과 2010학년도 수능에선 수월하게 언어영역 1등급을 받았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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