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학원에서 배운 ‘토론 기술’, 입학사정관은 훤히 꿰뚫어본다

  • Array
  • 입력 2010년 2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외고-국제고 당락 가를 면접, 뭘 보나

2011학년도 외고, 국제고 입시에서는 입학사정관이 면접을 통해 학습계획서, 추천서, 생활기록부의 진정성을 검증한다. 사진은 한국외국어대부속용인외고 수업 장면. 사진 제공 용인외고
2011학년도 외고, 국제고 입시에서는 입학사정관이 면접을 통해 학습계획서, 추천서, 생활기록부의 진정성을 검증한다. 사진은 한국외국어대부속용인외고 수업 장면. 사진 제공 용인외고
《당장 올 11월 외국어고와 국제고에 지원할 학생과 학부모는 2011학년도 입시에서 ‘면접’이 당락을 결정짓는다는 예측에 걱정이 많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발표한 ‘외고입시 세부안’에 따르면 올해 외고와 국제고 신입생 선발부턴 영어내신 성적과 면접 점수만 반영된다.
민족사관고, 하나고, 상산고 등 자율형 고교에 대해서도 외고와 비슷한 입시안이 적용된다.
외고 준비생이라면 영어내신 성적이 대부분 최상위권에 가까울 것이란 예측을 감안하면, 외고 입시에서 당락을 결정짓는 요소는 입학사정관이 평가하는 면접 전형일 공산이 크다는 것이 교육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학교 입학사정관과 교육청이 위촉하는 사정관, 전공 관련 사정관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의 날카로운 눈에 의해 학생의 자기소개서, 학습계획서, 꿈과 비전에 관한 진정성이 고스란히 평가된다. 특히 발표, 발언, 토론, 토의, 자기PR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 학생들에게 면접은 두려움의 대상이다.》

면접. 입학사정관은 이를 통해 학생의 무엇을 평가하는 것일까? 어떤 면접이 좋은 평가를 받을까? 2010학년도 신입생 선발에 심층면접 전형을 도입했던 한국외국어대부속용인외고(이하 용인외고)와 서울지역 최초의 자립형사립고인 하나고의 면접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사례를 통해 특목고 입시면접에 관한 실마리를 찾아보자.

용인외고의 면접은 △1단계 조별토의 △2단계 조별토론1 △3단계 조별토론2 △4단계 개별면접으로 진행됐다. 거의 모든 교사가 면접관으로 참여했다. 선발 전 재학생을 대상으로 면접 시뮬레이션을 3회 진행했다.

용인외고 강경래 입학관리부장은 “면접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고려하고 면접에 객관성을 더하기 위해 교사연수를 진행했다”면서 “면접 시뮬레이션 결과 평소 성적, 인성이 훌륭한 학생이 좋은 점수를 받아 심층면접에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1단계 조별토의는 1시간 동안 진행됐다. 6명의 지원자가 한 조를 이뤘다. 토의주제로 ‘저 출산과 고령화문제에 관한 해결방안’이 출제됐다. 학생들은 10분 간 생각을 정리하고 수험번호 순으로 발언했다. 강 입학관리부장은 “학생들이 얼마나 협력해서 민주적인 방식으로 해결책을 도출하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일반전형으로 용인외고에 합격한 조재인 군(경기 화성시 봉담중 3)은 “각자 발언시간이 끝나고 자유토의시간이 되자 지원자 모두 적극적이고 열성적으로 토의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조 군은 청년층과 노년층이 한 명씩 조를 이뤄 근무를 해서 일자리를 두 배로 늘리는 방식의 ‘일자리나누기’를 제안했다.

조별토론은 2, 3단계에 걸쳐 진행됐다. 2단계에서는 대중가요 심의에 관한 찬반토론이, 3단계에서는 청소년 아르바이트에 관한 토론이 이어졌다. 강 입학관리부장은 “만에 하나라도 학원, 컨설팅업체 등 사교육기관을 통해 같은 주제로 토론연습을 하고 온 학생이 좋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2회 토론으로 진행했다”면서 “다른 주제, 다른 면접관이 최소 두 번 평가를 해야 공정성과 객관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토론주제가 발표되고 지원자들은 제비뽑기로 찬성과 반대를 정했다. 주제와 관련된 신문기사와 통계자료가 주어졌다. 10분 동안 자료를 분석하며 주장과 근거를 각자 정리했다. 강 입학관리부장은 “토론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말하는 능력, 반대의견을 가진 상대를 배려하는 자세, 의사소통능력을 평가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4단계 개별면접은 ‘자신의 직업과 관련된 인턴십에 지원한다고 가정했을 때 자신의 강점에 대해 말하라’는 질문이 주어졌다. 두 명의 면접관 앞에서 ‘3분 스피치’ 방식으로 진행됐다. 강 입학관리부장은 “소극적이거나 발언 기회를 놓쳐 토의, 토론면접에서 불리한 평가를 받은 학생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펼칠 수 있도록 개별면접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한편 하나고는 외부 입학사정관과 교사가 함께 개별면접과 집단토론으로 이뤄지는 심층면접의 심사를 맡도록 했다.

개별면접은 20분 동안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학교생활기록부의 내용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신이 선택한 과목에 대한 문제를 풀고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도 있었다. 면접관 두 명이 지원자 한 명을 평가했다.

하나고 유동훈 기획처장은 “면접 하루 전 모든 면접관이 학생들의 자기소개서, 추천서, 학생부를 꼼꼼히 읽고 질문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일반전형(일반선발)으로 하나고에 합격한 손승연 군(서울 화곡중 3)은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하나고에 지원한 이유는 무엇인지 △자신의 장점은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고 전했다. 손 군은 “펀드매니저가 되어 금융업계에서 일하고 싶다. 펀드매니저는 문과와 이과적 소양이 모두 필요한 직업인데 문과와 이과 계열 구분이 없는 하나고의 특징이 마음에 들었다”고 답했다. 또 “한 달에 한 번 외출이 허락되는 기숙학교이기 때문에 사교육을 받지 않아 부모님의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 같은 환경에서 친구들과 겨룰 수 있다는 점이 학교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집단토론은 5∼7명의 수험생이 1개조를 이뤄 ‘내가 타미플루(신종 플루 치료제)를 관리하는 책임자라면 누구에게 타미플루를 가장 먼저 처방할 것인가’를 주제로 찬반토론으로 진행됐다. 면접관 세 명이 배석했다. 지원자는 △부유층 △중학생 △의료진 △영유아를 둔 부모 등 자신의 역할을 정하고 자신에게 가장 먼저 처방해야하는 이유와 근거를 들었다. 이후 상대의 주장에 대한 반박과 재반박, 입장정리로 토론을 마무리했다.

유 기획처장은 “집단토론을 통해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능력, 사고력, 표현력을 평가했다”면서 “심층면접이 진행된 1박 2일 동안 이밖에도 협동심, 친화력,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인성을 고루 평가했다”고 말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