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동서남북/지역민들의 ‘금호 살리기’… 이젠 금호가 보답할 차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9일 03시 00분


“금호가 (지역에) 해준 게 뭐가 있다고 돕는당가. 이번 기회에 정신 바짝 차려야 돼.”

“어려울 때 돕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금호 때문에 밥 먹고 사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시작된 이달 초 광주의 한 식당. 소주잔을 기울이던 50대 두 명이 위기에 처한 ‘금호’를 두고 입씨름을 벌였다. 한 사람은 지역에 소홀한 금호가 서운하다고 볼멘소리를 했고, 다른 사람은 그래도 지역경제를 생각해서 도와야 한다고 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바라보는 지역민의 감정을 대변한다. 한마디로 애증이라고나 할까.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946년 고 박인천 회장이 자본금 17만 원으로 미국산 중고 택시 2대를 사들여 설립한 광주택시가 모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후 금호타이어, 금호석유화학 등을 세우며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이 국제 항공사로 발돋움하면서 대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2006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재계 서열 8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대우건설 인수 과정에서 체결한 풋백옵션이 부메랑이 돼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광주전남 지역을 기반으로 한 금호에 거는 지역민들의 기대는 컸다. 몇몇 지역 연고 기업이 대기업으로 커가는 과정에서 부도로 쓰러지는 아픔을 지켜보며 꿋꿋하게 성장하는 금호에 각별한 애정을 가졌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것일까. 금호는 북구 우치동에 패밀리랜드 터를 임대받고도 투자를 게을리 해 지금은 그저 그런 놀이시설이 돼 버렸다. 공공용지인 광천터미널 터를 백화점에 임대하는가 하면 백화점에 터를 팔려다 시민들의 비난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또 월드컵경기장 수주를 위해 실적서를 거짓으로 꾸며 입찰한 사실이 드러나 기업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하지만 지역민들은 똘똘 뭉쳐 금호 살리기에 나섰다. 광주와 전남북에서 3만여 명이 ‘호남의 마지막 기업 금호를 살려 달라’는 호소문에 서명했다. 전남도는 다음 달부터 공무원노조와 함께 ‘금호타이어 제품 구매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지역민이 금호 살리기에 나선 것은 그동안의 서운함을 접고 건실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제는 금호가 지역민의 사랑에 보답할 차례다. 각고의 노력으로 기업 슬로건인 ‘아름다운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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